[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를 주도한 IT 대형주가 일제히 급락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애플이 이렇다 할 악재 없이 장중 7% 이상 급락하는 등 이른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5% 이상 동반 내림세를 나타냈다.
IT 대형주가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를 끌어내리자 3월 저점 이후 수직 상승했던 주식시장이 마침내 추세 반전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중심으로 한 뉴욕의 금융가 [사진=블룸버그] |
이와 함께 크루즈선 업체인 카니발과 유통업체 메이시스가 가파르게 상승한 데 조명을 집중, 일부에서는 주도주의 선수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3일(현지시각) 장중 한 때 나스닥 지수가 4% 가량 급락하며 1만1469.69까지 후퇴했고, S&P500 지수와 다우존스 지수 역시 각각 2.53%와 1.87%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애플이 장중 7% 후퇴해 지난 3월16일 12.9% 폭락한 이후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연출했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알파벳도 일제히 5% 이상 하락을 기록했다.
최근 실적 호조에 상승 탄력을 과시했던 클라우드 업체 세일즈포스 역시 장중 5% 가량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올들어 5배 치솟은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도 장중 7% 선에서 급락, 3일 연속 대규모 하락을 연출했다.
이날 장중 주가 폭락과 관련해 마켓워치는 미국 정치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을 둘러싸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경기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꺾어 놓았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실제로 전날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 하원 의장이 부양책을 놓고 양당이 심각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새롭지 않은 정치권의 악재가 주식시장에 갑작스러운 폭락을 일으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더구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88만1000건으로 100만건 아래로 떨어진 동시에 시장의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고, 2분기 생산성이 10.1% 상승한 만큼 경기 우려가 주가 폭락을 일으켰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주장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섹터간 주도주 교체가 벌어지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고평가 부담에 IT 대형주 매물이 쏟아진 한편 팬데믹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종목들로 유동성이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찰스 슈왑의 리증 앤 최고투자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IT 대형주의 지나친 쏠림 현상이 섹터간 로테이션 과정을 통해 해소되는 신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전략가 역시 CNBC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IT 주도주를 매도하는 한편 팬데믹 사태에 소외됐던 종목들을 사들이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며 "IT 섹터의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을 해소하는 과정에 업종별 순환이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IT 섹터가 홍역을 치른 반면 팬데믹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크루즈 업체 카니발이 장중 5% 선에서 상승했고, 메이시스 역시 9% 랠리하면서 로테이션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제공했다.
IT 섹터의 건강한 조정이 한 차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택티컬 알파의 알렉 영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IT 대형주의 조정이 깊을수록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며 "IT 종목들이 과매수 영역에 진입했고, 투자자들의 경쟁적인 매입으로 인해 밸류에이션이 더 이상 상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뛰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날 IT 대형주의 급락을 일으킨 원인을 명확하게 가리기는 쉽지 않지만 IT 대형주의 주가가 부담스러운 영역까지 상승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주가 급락과 함께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VIX) 역시 7.6% 급등하며 7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