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기술주에 축적된 대규모 옵션 계약이 향후 관련주의 극심한 변동성을 예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금융시장을 휩쓴 미국 기술주 관련 파생상품의 투기 광란이 향후 수개월 동안 더 큰 변동성을 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따르면 지난 8월 애플 주식에 대한 옵션 거래는 전체 단일 종목 옵션 거래의 4.7%를 차지했다. 이는 평균보다 50%나 높은 수치다. 테슬라의 비중은 2.6%로 이 역시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 계약 대부분이 콜옵션이다. 콜옵션은 미래에 계약 당시 체결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파생상품이다. 애플과 테슬라 등 인기 기술주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투자자들이 대거 베팅에 나선 것이다.
최근 옵션 거래 급증은 개인 투자자가 주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통상 개인 투자자들이 만기가 짧은 옵션을 거래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이들의 옵션 시장 내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현재 만기가 2주도 남지 않은 단일 종목 옵션의 거래량은 전체의 69%를 차지한다. 지난 7월 하순 정점 기록 75%에서 줄긴 했지만, 그 규모는 여전히 큰 것으로 평가된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짐 티어니 미국 성장주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달 기술주의 급등세에 대해 '대규모 개인 투자자'와 '대형 기술주에 대한 비 정상적인 콜옵션 거래량'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술주 옵션 거래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Cboe의 나스닥100 변동성지수는 폭등했다. 변동성지수는 기초 지수의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된다는 점에서 미래에 나타날 해당 지수의 기대 변동성을 보여준다.
이날 Cboe의 나스닥100 변동성지수는 44.9까지 치솟아 16년 만에 최고치인 전날의 37을 훌쩍 넘었다. 전날 기록은 같은 날 Cboe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기대 변동성지수와 10%포인트(p) 차이로, 이같은 격차는 2004년 5월 이후 최대라고 FT는 전했다.
S&P500과 나스닥100에는 각각 모두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페이스북 등 대형 기술주가 편입돼 있지만 전체적인 기술주 편입 비중은 나스닥100이 훨씬 크다.
이날 미국 주요 주가지수들이 일제히 급락한 가운데 나스닥100은 6% 폭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만기 날짜가 9월4일인 애플 콜옵션 가격(행사가격 125달러)은 89% 하락했다. 주가 500달러로 상승할 것이라는 데 베팅한 동일 만기 테슬라 콜옵션 가격은 90% 떨어졌다.
BTIG의 줄리언 에마뉘엘 주식·파생상품 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콜옵션의 매우 강력한 투자자"라며, "이런 열정은 우리가 2000년(닷컴버블) 때 봤던 현상의 일부분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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