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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개 검찰 질문에 조국은 왜 '형사소송법 148조'만 외쳤을까

기사등록 : 2020-09-0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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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3일 정경심 재판 증인 출석해 '증언 거부권' 행사
조국은 "정당한 권리" 주장…재판부 최종 판단에는 큰 영향 없을 듯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검찰의 수사 착수 1년여 만에 부인 정경심 교수의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다"는 대답만 내놓고 증언을 거부한 것을 두고 여론이 뜨겁다. 5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이 거부한 검찰의 질문은 300여개에 달한다. 그는 왜 아무 말 없이 형소법 148조만 외쳤을까.

◆ "가족이 처벌 받을 가능성 있으면 증언 거부 가능"

형사재판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를 원점에서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규칙이 필요하다. 형사소송법은 이러한 재판 단계에서 지켜야 할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법으로, 피고인을 비롯해 증인 등의 권리를 보장한다.

특히 조 전 장관이 외친 형사소송법 148조는 "누구든지 친족 또는 친족 관계에 있었던 자가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염려될 때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증언거부권을 규정하고 있다. 전날 조 전 장관은 증인 선서를 하기 전 미리 써온 입장문을 읽었다. 내용은 이렇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0.08.14 pangbin@newspim.com


이 법정 피고인은 제 배우자이며 제 자식 이름도 공소장에 올라가 있습니다. 또한 이 법정은 아니지만 저는 배우자의 공범 등으로 기소돼 재판 진행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이 법정에서 진행되는 검찰의 신문에 대해 형사소송법 148조가 부여한 권리를 행사하고자 합니다. 저는 친족인 증인이자 피고인인 증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형사법학자로서 진술거부권의 역사적 의의와 중요성을 역설해왔습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필요한 권리행사에 편견이 존재하지만, 이 법정에서는 그러한 편견이 작동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6일 정 교수를 재판에 넘기면서 장녀 조민 씨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적시했다. 그 외 입시비리 혐의에도 조 전 장관을 비롯해 딸과 아들이 관련돼 있고, 사모펀드 비리에는 정 교수의 동생과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등이 개입돼 있다. 검찰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지난해 관련 의혹이 불거졌던 순간부터 현재까지 진술을 일일이 언급하며 사실이 아니지 않느냐고 묻거나, 왜 진술이 달라졌냐고 캐물었다. 그의 발언이 가족들에게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차라리 증언을 거부하는 쪽을 택한 거란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가족이 기소된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경우 그 자체가 껄끄럽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뇌물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던 한명숙 전 총리의 1심 재판에서도 동생이 증인석에 섰지만 검찰 신문에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일절 답하지 않았다.

또 조 전 장관 본인도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된 상태로, 위증죄로 처벌될 가능성을 남겨두기보다 증언을 거부하는 쪽을 택했을 거란 추측도 나온다.

◆ 유리한 증인의 증언 거부…결과에도 영향 미칠까

그렇다면 조 전 장관의 증언 거부권 행사는 재판부의 유·무죄 판결에 영향을 미칠까. 이번 증언 거부만으로 속단할 수는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 전 총리 사건의 경우도 동생은 핵심 증인이자 '피의자성 증인'으로 여겨졌다. 검찰이 한 전 총리가 뇌물로 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한 9억여원 중 1억원이 동생의 전세자금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동생의 증언 거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증인 1명이 증언 거부를 한다고 해서 유죄가 무죄가 되고 무죄가 유죄가 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증인신문은 판사가 판단을 내리는 데 참고하는 수많은 증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조 전 장관의 증언 거부가 판사에게는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다"고 내다봤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yooksa@newspim.com

조 전 장관은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주장했지만, 여론은 꼭 호의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 전날 재판 이후 조 전 장관의 오랜 친구였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참말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위증의 죄를 무릅쓰고 거짓을 말할 수도 없으니 본인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수사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했는데 이 약속을 안 지킨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평가했다.

또 조 전 장관의 증언거부에 대한 기사의 포털사이트 댓글에는 "피하기만 할 게 아니라 검찰에 적극적으로 반박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 증언거부라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도피하는 건 솔직히 비겁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검찰 역시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이 증언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자 "SNS를 통해 객관적인 사실을 왜곡하고 공소유지 중인 검찰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는데, 변호인은 사실을 바로 잡기 위한 반론 차원이라고 주장했다"며 "변호인 주장처럼 반론차원이라면 오늘 증언을 거부할 게 아니라 어떤 게 진실인지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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