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 발표자가 소개되자 어두운 화면에 작은 빛이 생기더니 점차 밝아지면서 사람이 등장했다. 발표자가 인사말을 끝내자 화면 각도가 넓어졌고 그제야 발표자가 실제 사람이 무대에 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홀로그램이었던 것이다. 영상으로 볼 때에는 실제 사람이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LG전자는 IFA2020 콘퍼런스에서 홀로그램을 사용해 발표를 진행했다. [사진=LG전자 유튜브] 2020.09.07 sjh@newspim.com |
8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모임이 어려워지자 대규모 전시 행사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오프라인 전시가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다.
◆ 홀로그램으로 콘퍼런스...자체 행사 열고 전시장 가상 투어도
최근 폐막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2020가 대표 사례다. IFA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기업들의 참여가 줄어들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방식을 시도했다.
연사가 나와서 발표하는 프레스 콘퍼런스는 영상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각 현지에 있는 관계자들과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을 받기도 했다. 실물을 보여줘야 하는 전시는 가상 전시관으로 대체했다. 온택트 방식 전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단독 가상전시관을 만들고 홀로그램 등과 같은 신기술을 적극 활용해 온라인 행사의 단점을 보완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LG전자가 IFA 관람객들을 위해 단독으로 가상 전시관을 마련했다. 2020.09.07 sjh@newspim.com |
IFA가 참가 업체들의 전시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가상전시관을 마련하기는 했으나 한계가 있어 LG전자는 자체적으로 사이트를 구축, 실제 전시장에서 보여줬던 구성 그대로 재현했다. 전시장에서 제품들을 누르면 도슨트가 설명하듯 제품 설명이 나오고 어떻게 구동하는지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프레스 콘퍼런스도 단순 영상으로 그치지 않았다. 박일평 사장이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실제 현장에 참석한 것처럼 보이도록 했고 발표 이후에는 실시간 연결을 통해 진행자와 질의응답을 이어가며 LG전자의 전략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삼성전자가 유럽 거래선들을 상대로 한 자체 행사를 개최하고 가상 전시관을 열어 제품을 소개했다.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2020.09.07 sjh@newspim.com |
삼성전자의 경우 매년 IFA에서 대규모 전시장을 통해 제품을 소개해 왔으나 올해는 독자적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IFA 직전에 온라인으로 콘퍼런스를 열고 하반기 신제품과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전략 제품들을 소개했다.
예년처럼 오프라인 전시장에 고객사, 소비자, 미디어 등이 참석해 직접 대면하지 못하게 된 만큼 IFA에 참석하는 것보다 자체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행사는 단순 제품 설명에 그치지 않았다. 가상 전시관을 만들고 '포트나이트' 등 주요 게임에 사용되는 '언리얼 게이밍 플랫폼'을 활용해 실제처럼 보이도록 했다. 다만 이러한 체험은 서버 용량 문제 등이 있어 유럽 지역 참가자들만 가능하도록 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삼성전자는 유럽 거래선들을 상대로 한 자체 행사에서 AR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소개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제품이 화면에 나타난다. 2020.09.07 sjh@newspim.com |
또한 각 제품을 소개할 때에는 영상에 QR코드를 띄워 놓았고 이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증강현실(AR)로 제품이 나타나도록 했다.
◆ 삼성·LG 온택트 전시 '호평'...대규모 행사 효용성 줄어들 듯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처럼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번 글로벌 가전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비록 오프라인만큼 상세하고 실제적인 소개는 불가능했지만 이례적 시도였던 것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것이다.
양사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보다 선제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마케팅 방식을 전환했다. IFA 참가 기업들 가운데 자체적으로 가상 전시관을 마련해 제품을 소개한 곳은 LG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처럼 IFA 대신 단독으로 거래선을 대상으로 행사를 열고 하반기 공략 제품을 집중 소개한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거래선들로부터도 호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다만 대규모 행사를 통해 제품을 소개하고 글로벌 거래선들과 만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로 인해 앞으로의 영업 방식도 비대면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 여러 업체들이 한꺼번에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글로벌 거래선과 연결이 돼 있는 상황에서는 자체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가 IFA 참석 대신 자체적으로 행사를 진행한 것 역시 이러한 이유가 반영됐다.
IFA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기업들의 참여가 줄어들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방식을 시도했다. 입장객은 하루 1000명으로 제한했다. 실물을 보여줘야 하는 전시는 가상 전시장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이번 시도에는 부족함이 엿보였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IFA에는 참가했어도 가상 전시장을 활용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고, 전시장에서 제품을 보여줬다 해도 단편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 전시장을 찾는 방법이나 조작법이 어려웠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온택트 방식이 앞으로 계속될 것을 고려, 점차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진행한 이번 행사는 거래선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대면 미팅이 어려워진 상황을 고려, 좀 더 거래선에 맞춤화 된 방식으로 마케팅을 진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IFA 2020에 맞춰 자체적으로 구축 운영한 가상전시장은 당초 전시부스였던 메세 베를린 18홀을 동일하게 꾸민 현장감으로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며 "LG전자의 이번 가상전시를 시작으로 업계 전반이 비대면 시대 고객과의 소통이나 전시에 대해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