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임의 접속 경로 변경을 둘러싼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의 항소심이 이번주 11일 열린다. 작년 8월 1심에서 서울행정법원이 페이스북 승소 판결을 선고한 만큼 방통위가 그 결과를 뒤엎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는 오는 11일 '방송통신위원회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내린다. 2심 판결은 8월 21일 예정돼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다.
이 행정소송은 2016년 12월과 이듬해 1월 페이스북이 국내 주요 이동통신사의 접속경로를 해외로 임의로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와 망 사용료 협상을 시작했는데 협상력에 우위를 쥐기 위해 접속 경로를 통신사에 사전 고지 없이 미국과 홍콩 등으로 변경했다.
변경한 해외 접속 경로는 대역폭이 좁은 국제구간으로 페이스북 이용자 입장에선 좁아진 접속 경로로 페이스북 서비스 사용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페이스북 접속 응답 속도는 SK브로드밴드의 경우 평균 4.5배, LG유플러스는 2.4배 느려졌다.
접속경로를 변경한 것은 페이스북이지만, 이러한 상황을 알 리 없는 이용자들은 민원을 페이스북이 아닌 국내 통신사로 하게 된다. 이 점을 협상카드로 이용하기 위해 페이스북이 고의로 접속경로를 변경했다는 것이 통신사와 방통위의 주장으로, 방통위는 이를 '부당한 이용자 이익 제한'으로 보고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변경한 것은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지연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 행위에 해당할 뿐,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페이스북에 대한 방통위의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1심 결과 이후 방통위는 즉각 항소에 나섰다.
항소심 결과를 가를 주요 쟁점은 1심과 마찬가지로 ▲이용제한 해당 여부 ▲현저한 이용자 이익 저해 여부 ▲콘텐츠제공자(CP)의 네트워크 품질 책임 여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측은 접속 지연의 경우 이용불편에 해당할 뿐,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인 이용제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1심 역시 접속 지연이 이용불편에 해당할 뿐 이용제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며 페이스북 손을 들어줬다.
고객이 페이스북을 사용하는데 있어 속도가 느려졌다고 해서 그 서비스 자체가 이용불가는 아니었다는 해석이다. 이용제한 현저성 면에서도 1심 재판부는 이익 저해 역시 현저성이 낮다고 결론지었다. 이용자 이익저해 사례가 상대적이고 주관적이어서 판단 기준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엎기 위해서 방통위는 페이스북의 임의 접속 경로 변경이 이용자 이용제한에 해당하는 부분과 현저하게 이용자 이익을 저해시켰다는 부분 등을 입증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과 방통위 소송은 승소와 패소를 떠나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게 의미 있는 소송"이라며 "패소를 하게 되더라도 이용자 피해는 발생했는데 규제기관이 조치를 못한다는 게 말이 안 되고, 제도적으로 보완이 이뤄져야 하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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