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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美 국무부 부차관보 줄리 정은 누구…"북한 관리들, 진짜 미국인이냐 물어"

기사등록 : 2020-09-0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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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외교관협회 9월호 저널, 한국계 美외교관의 삶 소개
트위터에도 "미국 외교의 힘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강조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한국 출신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고위외교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줄리 정 국무부 서반구 담당 수석부차관보가 미국외교관협회(AFSA: The American Foreign Service Association)가 발행하는 최신호 저널 기고를 통해 미국 외교의 힘은 다양성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부차관보는 AFSA가 발행하는 저널(FSJ, The Foreign Service Journal) 9월호에 실은 '진짜 미국 외교관 되기(The Making of a Real American Diplomat)'라는 제목의 4페이지 분량의 기고에서 북한 관리들을 비롯해 사람들이 자신에게 "진짜 미국인(Are you a 'real American'?)"이냐고 묻던 경험을 소개하며 24년간 한국계 미국 외교관으로 활동해온 소회를 밝혔다.

줄리 정 국무부 서반구 담당 수석부차관보가 미국외교관협회(AFSA: The American Foreign Service Association)가 발행하는 9월호 저널에 실은 기고. 2020.09.08 [이미지=AFSA 저널(FSJ, The Foreign Service Journal)]

1996년 미국 국무부 외교관이 된 정 부차관보는 첫 해외 근무를 중국 광저우에서 시작했다. 그는 당시 비자, 즉 입국사증을 발급해주다 비자를 거절당한 중국인들이 자신에게 "진짜 미국인과 얘기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수 백번이었다고 회고했다.

정 부차관보는 또 국무부 한국과에 근무할 당시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며, 북한 관리들은 회담 테이블 건너편에서 자신에게 한국어로 "진짜 미국인"이냐고 물었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정 부차관보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북한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월남했으며, 그 손녀가 지금 "북한이 제국주의라 칭하는" 미국 외교관인 것을 북한 관리들이 알고 있었을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 관리들이 소주를 함께 마시고 노래 기계로 노래하면서 자신에게 "그 미국인들"에 대한 분통을 터트리곤 했었다고 회상했다.

◆ 2002년 2차 북핵위기 당시 켈리 동아태 차관보와 방북

정 부차관보의 여러 차례 방북 중에선 특히 2차 북핵위기의 시발점인 2002년 10월 방문이 잘 알려져 있다. 제임스 켈리 당시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평양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강석주 제1부상과 회담했을 당시 6년차 외교관이던 정 부차관보도 배석했다.

당시 회담에서 강석주 제1부상은 사실상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었다. 이 회담에서 정 부차관보는 데이비드 스트로브 당시 국무부 한국과장과 김동현 국무부 통역과 함께 직접 들은 한국어를 복기해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 측 통역을 맡은 사람이 현재 외무성 제1부상인 최선희다. 정 부차관보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1기 행정부 때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담당했었다.

그는 이후 태국 주재 경제참사관, 캄보디아 주재 미국대사관 차석대사, 국무부 일본과장을 지내고 2018년 11월 서반구 담당 수석 부차관보에 임명됐다.

정 부차관보는 "진짜 미국인이냐"는 질문 외에 "진짜로 어디 출신이냐(Where are you really from?)"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며, 캘리포니아 출신이라는 답이 충분하지 않아 가족의 이민 역사를 자세히 설명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자신이 5살이던 해 가족들(부모와 여동생)이 미국으로 이민왔으며, 아버지는 엔지니어공장에서 시간 당 4달러를 받고 일하다가 이제는 그 회사의 대표가 됐으며, 어머니는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접시를 닦다가 도서관 사서가 됐다고 소개했다.

정 부차관보는 기고에서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 친구들로부터 중국인으로 오해받고 '왕따'를 당했던 경험과 외교관 생활 중 실속있는 일을 다른 동료들한테 빼았기거나, 회의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람 취급을 당한 '아팠던' 사연들도 담담히 전했다.

그럼에도 자신은 국무부를 사랑하고 미국에 헌신한다는 목표를 가졌으며, 기독교 신앙에 의지해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민자 출신인 자신과 다른 동료들이 국무부를 구성하는 다양한 씨줄과 날줄이며, 다양한 생각과 서로 다른 경험을 통해 문제를 더 잘 해결하고 협상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줄리 정 차관보가 1996년 미국 국무부 관리 임용식에서 가족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AFSA 저널(FSJ) 9월호]

정 부차관보는 자신의 기고문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미국 외교의 힘은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미국 외교의 힘은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다"

그는 지난해 10월 조지타운대학의 외교학연구소 간담회에서도 미국 외교관들의 다양성을 주제로 자신의 경험을 나눈 바 있다.

정 부차관보는 해외 당국자들이 자신을 '기록원'이나 '차 따르는 사람'으로 짐작하고, 자신의 실제 직책을 받아들이기까지 몇 분 걸린다며, 하지만 자신은 이런 상황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기회로 여긴다고 역설했다.

"나는 한국 출신이고 미국 출신이 아니며, 우리 가족은 아무 것도 없이, 연고도 없이 미국에 와서 열심히 일하고 기회를 잡아 성공했는데, 그것이 진정 미국이라는 나라"라고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정 부차관보는 현재 국무부 고위 외교단(senior foreign service)에 속해 있으며 '아시아계 미국인 외교협회'와 대학원생들의 국무부 입성 경로인 '피커링-랭글 펠로십'의 선임 고문으로 후진 양성을 하고 있다.

미국외교관협회(AFSA)는 1만7000여 명의 전·현직 미국 외교관들로 구성된 단체다. 정 부차관보의 기고문을 실은 저널 FSJ(The Foreign Service Journal)는 AFSA 회원 등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월간지(발행부수 1만8000여 부)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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