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유럽연합(EU)은 10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정의 일부를 수정하려 하자 '당장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영국 측은 EU의 경고를 무시하고 관련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영국 런던에서 마이클 고브 영국 외무장관과 긴급회담을 마친 뒤 성명을 내고 "(영국 정부의 법안이 통과되면) 탈퇴협정을 명확히 위반하게 된다"며 법안 추진을 이달 중으로 중단하라고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9일 영국 정부는 EU 탈퇴협정 일부를 수정하는 내용 등이 담긴 국내 법안을 하원에 발의했다. 영국과 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결렬될 경우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나머지 영국 본토 간 상품의 이동 절차 및 관세 규칙을 영국이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북아일랜드에서 영국 본토로 상품을 출하할 때 통관 절차를 생략하는 것도 들어갔다.
이는 당초 합의를 뒤집는 것으로, EU 탈퇴협정에서는 북아일랜드가 영국령이지만 EU의 관세 규칙을 따르기로 돼 있었다.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경계 지역에서 과거 벌어진 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 물리적 국경을 만들지 않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9일 법안의 목적을 "탈퇴협정의 극단적이고 비합리적인 해석으로부터 영국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고브 외무장관은 EU 측의 경고에 대해 "(영국) 의회에는 주권이 있어 국제 조약에서 위반되는 법률도 가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프코비치 부위원장에게 EU의 요구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 1월 말 발효된 EU 탈퇴협정에 따라 브렉시트를 단행했지만 올해 말까지를 기한으로 하는 전환기간을 적용받고 있다. 이에 영국과 EU는 전환기간 이후 관계 설정을 위해 FTA 협상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은 지난 8~10일 8번째 FTA 협상을 벌였음에도 이렇다 할 진전을 내지 못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대표는 협상을 마치고 '영국 해역에서의 어업권 문제' 등 핵심 사안에서 큰 이견이 있었다고 지적한 뒤 "협상 타결을 위해서는 상호 신뢰가 필요하다"며 영국 측 태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영국 정부의 합의 번복 움직임을 두고 FTA 협상에서 EU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존슨 총리는 EU 측에 FTA 체결 시한을 오는 10월15일로 제시하고, 시한 내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FTA 없이 브렉시트 전환기간 이후 EU를 이탈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EU 관계자들은 영국 정부의 대응에 따라 법적 대응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반대하는 시위자가 런던에 위치한 의회 의사당 인근에서 EU기와 영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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