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 측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정에 포함된 북아일랜드 관세 국경 설치 합의를 되돌리자는 방침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영국 텔레그래프 지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브렉시트 협상 대표는 8일부터 10일까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해 런던을 찾는 미셸 바르니에 EU 측 대표에게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영국 정부는 EU 탈퇴 협정을 브렉시트 전환기간(올해 말까지) 이후 그대로 이행하면 영국령 북아일랜드가 나머지 영국 본토와 분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EU 탈퇴 목적은 주권 회복과 영국 통합에 있는데, 이렇게 되면 당초 취지와 모순되므로 관련 합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反)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시위자가 국회의사당 밖에서 EU기와 영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사진= 로이터 뉴스핌] |
앞서 영국과 EU는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에 물리적 국경을 만들지 않기로 합의했다. 과거 경계 지역에서 벌어진 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이 같은 합의 연장선에서 작년 10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EU는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관세 수속 상의 경계인 '관세 국경'을 만들기로 했다. 이런 내용은 올해 1월 말 발효된 EU 탈퇴협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이후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간의 통관 수속을 거치지 않도록 협정 내용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정부가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 합의를 국내법으로 무효화할 방침이라며, 이번 주 관련 국내 법안을 발표해 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U는 영국이 합의 번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에 강력히 반발했다.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대표는 영국 정부의 EU 탈퇴협정 조건 변경 시도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협정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주 무역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기존 EU 탈퇴협정을 준수하는 것이 남북 아일랜드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며 영국 정부의 행보를 경계했다.
영국 정부가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의 재합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EU와의 FTA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려는 목적이라는 해석도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총리 관저 관계자는 "FTA 협상 결렬에 대비한 차선책"이라고 말했다.
이날 존슨 총리는 성명을 내고 EU 측에 FTA 체결 시한을 오는 10월15일로 제시하고, 시한 내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FTA 없이 브렉시트 전환기간 이후 EU를 이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성명을 두고도 EU 측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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