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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노트] 2년 전 대통령과 함께 축포 쐈는데…홀로 싸우는 기업들

기사등록 : 2020-09-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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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제재로 불똥 맞은 기업들, 미 정부에 읍소전
정작 韓 정부는 강건너 불구경…기업 어려움 '외면'
"메모리 반도체 1위 수성" 외쳤던 대통령이 나서야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미국 정부에 승인 신청을 해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잘 압니다. 그래도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반도체 업계 관계자)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렸다. 당장 이달 15일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를 납품할 수 없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까지 영향권이다. 4개 기업의 화웨이 연간 매출을 모두 합하면 13조원이 넘는다.

큰손을 잃게 될 처지에 몰리면서 기업들은 개별적으로 미 정부에 읍소를 시작했다. 화웨이에 대한 수출 특별 허가를 요청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화웨이를 대체할 새로운 고객사를 찾기 위해 해외 법인을 분주히 가동 중이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4월 30일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세계최초 EUV공정 7나노로 출하된 웨이퍼 칩 공개를 위해 버튼을 누르고 있다. [사진=청와대] 2019.4.30

그런데 정작 조력자로 나서야 할 정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외교부도 산업통상자원부도 잠잠하다.

산업부 담당자는 "기업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했지만 과연 그러한지 의문이다.

기자가 '우리 기업의 신청을 미국 정부가 승인할 것 같냐'고 묻자 "우리 기업들이 신청을 했는가"라는 질문이 되돌아 왔다. 전혀 조율이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여러 차례 지극한 관심을 보인 것을 떠올리면 아쉬운 대목이다.

2019년 1월 문 대통령은 재계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글로벌 반도체 경기에 대해 걱정스레 묻기도 했다.

그해 4월 문 대통령은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는 독보적 세계 1위를 유지하고 2030년까지 파운드리 세계 1위와 팹리스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2019년 10월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을 방문, 13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 이 부회장에게 문 대통령은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 없이 외로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국면에서는 그래도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을 격려하며 사기를 북돋았는데 지금은 미국 눈치 때문인지 잠잠하다.

기업들 입장에선 미국도 무섭고 중국도 신경이 쓰이겠지만 내편인줄 알았던 한국 정부의 외면이 가장 서글프지 싶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화웨이 건으로 특별히 소통하고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 정부가 일본을 대할 때와 미국이나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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