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대한항공이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숙원사업인 LA윌셔그랜드센터를 매각하지 않고 계속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수출입은행의 도움으로 곧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일부 상환할 수 있게 되면서다.
LA윌셔그랜드센터는 최근 극심한 적자로 매각설이 돌기도 했지만 대한항공은 그룹의 상징성이나 미래 가치 등을 고려해 '리파이낸싱'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다만 수은 지원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호텔사업 부진으로 자금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15일 대한항공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지난 10일 여신승인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에 3억 달러의 해외투자자금 2년 만기 대출을 승인했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LA 윌셔그랜드센터 전경 (제공=한진그룹) 2020.09.15 syu@newspim.com |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오는 28일 만기가 도래하는 한진인터네셔널(HIC)의 차입금 3억 달러를 상환할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HIC를 통해 LA윌셔그랜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HIC가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총 9억 달러로, 해외에서 조달한 나머지 6억 달러는 다음달 18일이 만기다. 나머지 6억 달러는 만기 연장이나 부동산 담보와 지급보증을 통해 해외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 가량의 긴급자금을 수혈 받으며 자구안을 시행 중이다. 최근 1조1000억원의 유상증자와 1조원 규모의 기내식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자구안이 대략 완성되고 있다. 곧 만기가 도래하는 HIC의 차입금 상환은 대한항공 재무구조개선 작업의 마지막 고비로 여겨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 작업에 차질이 없도록 나머지 6억 달러 상환을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LA윌셔그랜드센터는 높이 335m, 73층 높이의 호텔, 오피스 복합 건물로, 재건축 후 지난 2017년 6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며 지난 4월부터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호텔사업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대한항공 호텔사업부문의 올 상반기 누적 적자는 404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화물 운송으로 2분기 '깜짝 흑자'를 달성한 대한항공의 자구 노력 효과도 반감됐다.
한진그룹은 칼호텔네트워크로 소유하고 있는 그랜드하얏트인천, 제주칼호텔, 서귀포칼호텔 매각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 위치한 LA윌셔그랜드센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적절한 가격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리파이낸싱을 추진 중이다. 조양호 전 회장의 숙업사업인 데다, LA의 랜드마크라는 상징성도 감안한 결정이다.
LA윌셔그랜드센터를 계속 운영하게 되면서 당분간 대한항공의 자금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LA윌셔그랜드센터 재건축 과정에서 수차례 유상증자로 자금을 지원하면서 대한항공의 계열 리스크가 확대된 바 있다"며 "재건축이 마무리된 후 추가 자금 지원 규모는 줄었지만 항공 및 호텔업에 대한 금융시장의 부정적 시각을 감안하면 우발채무 일부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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