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문(가칭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로 SK이노베이션과 벌이고 있는 특허 소송전 관련 합의가 물살을 탈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의 향방을 결정지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이 다음달 5일 내려진다. ITC는 지난해 2월 SK가 관련 문서를 삭제했다며 SK에 조기패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최종 판결도 조기 판결 결과를 따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칫 소송전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과 유럽 등 후발 주자에게 글로벌 배터리 시장 선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24.6%로 1위에 올라 있다. 테슬라 '모델3', 르노 '조에' 등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가는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LG화학은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LG화학의 배터리 신설법인은 오는 2024년까지 매출 30조원 달성을 목표로, 배터리 생산 설비를 연말까지 100GWh로, 내년 말에는 120GWh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중국, 유럽 등 해외에서 공장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LG화학은 GM과 합작한 회사의 배터리 공장을 오는 2023년까지 미국 내 설립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향후 GM 차량에 탑재될 예정이다.
다만 최근 미국의 행보가 부담스럽다. 트럼프 정부가 최근 중국 화웨이에 대한 고강도 제재에 나서면서다. 화웨이가 스마트폰에 넣는 반도체 부품을 살 수 없게 만든 건데, 우리 기업들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자칫 중국시장 의존도가 큰 LG화학도 미국 내 배터리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G그룹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 등이 중국시장 매출 비중이 높다. LG화학은 지난해 1월 중국 난징 공장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증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중국 내 생산 능력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LG 입장에서 모두 중요한 시장이다. 이들 시장을 잡는데 집중하기 위해 SK와 소송전 등 불확실성 해소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ITC의 조기패소판결을 받은 SK도 분쟁 조기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만일 SK가 ITC에 이어 델라웨어주 연방법원 소송에서도 패하면 원칙적으로 배터리 부품과 소재를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가동도 제한을 받는다. 이 경우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를 받기로 돼 있는 포드와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생산도 차질을 빚게 된다. 포드와 폴크스바겐도 이를 우려해 "공급 중단을 피하려면 SK가 미국 공장에서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ITC에 청원을 넣기도 했다.
최근 양 측의 비방전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시장 확보가 중요한 양 측 모두 합의 가능성은 열어둔 상황이다. 관건은 보상금 규모다. LG화학이 요구하는 보상금이 수조원 대에서 1조원대 초반으로 내려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다만 LG화학 측은 "이번 분사 결정은 SK 소송과 관련이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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