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CJ ENM과 딜라이브 간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에 대해 정부가 CJ ENM 손을 들어주는 중재안을 내놓으며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힘의 역학관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번 정부 중재안을 계기로 대형PP와 중소형PP 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는 CJ ENM과 딜라이브 분쟁 중재안을 발표하며 "CJ ENM의 프로그램 사용료가 수년간 동결됐다는 점과,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을 감안해 CJ ENM이 제안한 인상률을 중재안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SO와 PP간 프로그램 사용료 계약은 통상 개별 사업자간 자율협상으로 진행됐고, 정부가 나서 중재안을 내 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첫 중재안이 방송 플랫폼·콘텐츠 시장의 변혁기에 향후 SO와 PP간 개별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 방송 콘텐츠를 내보낼 수 있는 플랫폼이 한정적이었다면, 이제는 유튜브·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채널로 확대되서다.
또 과거 방송 플랫폼 사업자로 '갑'의 위치에 있던 케이블TV 사업자도 점점 가입자가 줄고있는 한편 주요 케이블TV사들은 인터넷TV(IPTV)로 속속 인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SO와 개별 협상에 있어 열세에 놓여있던 PP들은 종합편성채널·CJ ENM 등 대형 PP 중심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 정부가 CJ ENM과 딜라이브 사용료 협상 중재에 직접 나서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택했던 중재 방식에서도 이 같은 정부 고민이 묻어난다.
만약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서 CJ ENM이 사용료 20% 인상, 딜라이브가 동결을 주장해 중재에 나서야 할 경우 정부는 10% 인상 등 특정 인상률을 제시해 중재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인 중재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중재에 있어 정부는 특정한 인상률을 제시하는 대신 양 사가 제안한 인상률 중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1개사의 제안을 분쟁중재위원회의 7명 위원이 다수결로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중재가 진행될 때 양 사업자는 자신의 주장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상대를 설득할 논리를 가지고 근거 있는 중재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중재 방식에선 각 사업자는 컨설팅업체나 로펌을 고용해 첨예한 논리 구조를 만들었을 것"이라며 "지금까진 PP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의 적정 가치를 시장에서 산정하기 어려웠는데, 정부가 CJ ENM 손을 들어주며 앞으로 이 중재안이 업계에선 협상을 할 때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 대형PP 관계자는 "1990년대부터 플랫폼 사업자는 갑의 위치에 있었고, PP와의 개별협상은 관행처럼 사후계약으로 진행됐다"면서 "2020년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2020년 하반기에 진행하는 식으로 PP 입장에선 제대로 된 가격 조정을 할 수 없었고, 이번 중재안을 계기로 이 같은 사후계약 관행이 사전계약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편에선 이번 정부 중재안을 계기로 대형PP들의 프로그램 사용료는 올라가는 한편 중소PP들의 사용료는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통상 SO들이 전체 PP들에게 지급하는 수신료는 정해져 있는데 한정된 수수료에서 대형PP들의 프로그램 사용료를 올릴 경우, 중소PP들의 수신료는 상대적으로 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 SO 관계자는 "이번 정부 중재안으로 CJ ENM과 같이 자체 제작이 많고 시청률이 높은 대형PP들의 사용료를 올려줘야 한다고 결론이 났다면, 반면 자체 제작이 적고 시청률이 낮은 중소PP의 수신료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대형PP와 중소PP간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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