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법정관리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현 시점에서 법정관리 신청 시 파산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현 시점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법원이 회생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파산 결정이 내려질 거라며 노조를 비판하고 있다.
[영종도=뉴스핌] 이형석 기자 = 대규모 정리해고로 후폭풍이 불고 있는 이스타항공이 재매각 절차에 돌입한다. 이스타항공은 투자설명회를 진행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사진은 인천공항에 위치한 항공기피해구제접수처. 2020.09.16 leehs@newspim.com |
법정관리란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에 대해 법원이 관리인을 지정해 기업 회생을 지원하는 제도다. 기업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클 때 법정관리가 결정되며, 일부 채무를 탕감해주는 대신 사업을 재개해 남은 빚을 갚아야 한다.
노조가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회생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근거는 채권 규모 대비 이스타항공의 자본금 규모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분기보고서(1분기) 기준 이스타항공의 자본금은 485억7000만원이다. 반면 지난 3월 여객기 운항 전면 중단 이후 비행기 리스비와 지상조업료, 유류비 등 협력업체에 대한 미지급금에 체불임금을 포함한 채권 규모는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에 대해 파산 결정이 내려지면 채권자들의 채권은 변제받을 길이 사라지게 된다. 채권자들은 자본금을 나눠 가져야 하는데, 이스타항공의 자본금 규모상 채권은 최소 4분의 1토막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이스타항공이 파산 대신 회생을 통해 운영을 재개하면 채권자들은 빚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이스타항공이 사업을 계속할 때 채권자의 이익이 커지는 것이다. 채무자회생법 제42조에 따르면 법원은 '회생절차가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회생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 이스타항공은 이 조항의 반대 사례에 해당하는 만큼 법원은 채권자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거라는 설명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러한 내용의 법률 자문을 받고 법정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에 참여할 직원들을 모아 현재까지 약 50억원 이상의 임금채권을 확보했다. 자본금의 10분의 1 이상의 채권을 가진 채권자가 모이면 법정관리 신청이 가능하다.
문제는 소송비용이다. 지난 2월부터 8개월째 이어진 임금체불로 인해 직원들은 조합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을 위해서는 법원에 지급해야 하는 예납비와 법무법인 선임비를 포함해 1억100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 노조는 업계 내 다른 노조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로, 이날 중 지원 여부가 결정되는대로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또 다른 이유는 노동자들의 체불임금을 보전받기 위해서다. 법정관리가 결정되면 노동자들의 임금과 퇴직금은 공익 채권으로 취급돼 우선 변제권이 주어진다. 채무를 일부 탕감하는 회생 과정에서도 임금채권은 채무 조정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사측이 추진하는 대로 회사 재매각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임금채권을 우선 삭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앞서 제주항공과의 M&A 진행 과정에서도 회사 측은 딜 성사를 위해서라며 직원들이 받은 급여명세서를 반납받으려고 시도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것은 M&A 무산의 책임이 없는 직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현재 회사가 추진하는 재매각 과정에서도 이런 시도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직원들은 최소한의 권리인 임금을 지키고자 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내달 중순 사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8곳의 인수합병(M&A) 후보와 재매각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매각 주체의 결정에 따라 법정관리 추진 여부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재매각 추진과 함께 제주항공에 주식매수 이행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17일 입장문에서 "재매각을 통해 새로운 경영 주체를 맞이하는 일은 현재 이스타항공이 정상화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현 시점에서 법정관리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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