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한화그룹이 해외 투자금 유치를 확대하고 글로벌 태양광시장 선점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유럽 태양광시장 확대에 걸림돌인 분산탄 사업을 분할하면서다.
유럽금융기관은 분산탄 사업이 '비인도적 무기'라는 이유로 생산업체에 투자를 금지해 왔다. 한화그룹은 분할된 신설법인을 계열사로 남겨둔다는 입장이지만, 완전한 리스크 해소를 위해 결국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는 24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분산탄 사업부문을 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신설법인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KDI)의 분할기일은 오는 11월 2일이다.
한화큐셀이 건설한 독일 브란덴부르크 태양광 발전소 전경 [제공=한화큐셀] |
한화그룹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자유치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강철비'로 불리기도 하는 분산탄은 넓은 지역에 파편을 흩뿌리는 무기로, 방대한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무기다. 민간인 피해가 크다는 지적에 유럽을 중심으로 분산탄을 비인도적인 무기로 보고 이를 생산하는 업체에게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유럽 금융기관에서는 "ESG 경영, 즉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분산탄 생산업체에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2007년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연기금을 시작으로 네덜란드공무원연금, 스웨덴 연금펀드, 덴마크 공적연금 등이 ㈜한화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해외투자 비중은 타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 태양광 시장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한화 입장에선 분산탄 사업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32%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는 계획으로, 이중 상당수가 태양광 발전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한화그룹도 이에 발맞춰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태양광발전 사업권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으로 유럽 전역으로 사업 확대를 계획하고 있어 유럽 투자자금 유치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단순히 분산탄 사업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다고 해서 유럽의 투자 제재가 해제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한화그룹 내 계열사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이 결국 신설법인인 KDI를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같은 분산탄을 생산하는 풍산 등이 인수 후보로 점쳐진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와 기관들은 전통적 재무 성과뿐 아니라 ESG 등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정보를 투자 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며 "이번 분할 결정도 글로벌 사업 확대에 따라 국제사회가 기업에 요구하는 새로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고 설명했다.
매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설법인 설립을 성실히 진행하겠다"며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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