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 민선 7기 출범 이후 대전시에 숙의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있다. 봉우리가 만개하지 않았지만 숙의민주주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시는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의 해결점을 찾는다.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결정하면서 난관에 부딪힌 문제를 집단지성으로 푼다.
물론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 숙의하다 보니 정책 결정 또는 의견을 모으기까지 시간은 다소 걸리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좀 더디더라도 토론 등 공론화에 부쳐 시민 갈등을 최소화한다.
시가 숙의민주주의 시행 및 제도화에 나선 건 지난 2018년 8월. 허태정 시장이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이뤄진 움직임이다.
시는 숙의민주주의 제도화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같은 해 11월 2일 숙의민주주의 제도화를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 전부개정' 계획을 세웠다.
김영호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왼쪽)이 '민간특례사업 반대' 권고안을 허태정 대전시장에게 건네고 있다. [사진=대전시] 2020.09.24 rai@newspim.com |
이듬해까지 토론회 개최, 숙의민주주의 제도화를 위한 워킹그룹 구성 및 운영 등을 거쳐 2019년 12월 27일 '대전광역시 숙의민주주의 실현 조례'를 공포했다.
'대전시민숙의제도'는 6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시장 또는 300명 이상의 시민이 숙의의제를 제안하면 대전시민숙의제도 추진위원회가 의제를 선정한다.
선정된 의제를 놓고 원탁회의, 공론조사, 시민배심원제 등 숙의방식을 결정한 뒤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한다. 공론화위원회는 사안별로 구성할 수 있다.
이후 여론·실태조사 시민참여단 모집 토론회 개최 등 숙의제도를 운영한 뒤 모은 의견 등 추진상황을 공개한다. 숙의를 거쳐 이뤄진 결정에 대해서는 시정에 반영하는 등 피드백을 강화한다.
대전시민숙의제도 도입 이후 숙의의제 제안 또는 공론화위원회 구성이 이뤄진 적은 없다.
다만 시는 숙의민주주의 제도화 이전 공론화위원회로 월평근린공원(갈마지구) 민간특례사업에 대한 숙의과정을 거친 바 있다.
민선 7기 출범 직후인 2018년 7월 27일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를 꾸렸다.
공론화위원회는 대전을 대표하는 시민참여단(159명)을 선정, 숙의토론회와 현장방문, 분임토의 등을 거쳐 1·2차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민간특례사업 반대'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듬해 6월 14일 대전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월평근린공원(갈마지구) 개발행위 특례사업 비공원시설 결정 및 경관상세계획안'에 재심의에서 '부결' 결정을 내렸다.
도계위 결정에 따라 시는 예산을 투입해 토지를 매입하고 월평근린공원을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공원으로 새롭게 조성한다.
당시 허태정 대전시장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민주주의가 진통의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하듯이 (갈마지구도) 복잡한 모양새를 띄지만 이를 통해서 숙의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현재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숙의의제 제안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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