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미국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관련 기술 및 장비 수입이 어려워진 SMIC는 반도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정부의 조치가 글로벌 통신 장비 1위인 화웨이 반도체 공급 제한에 이어 SMIC로 확대되면서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25일 자국 컴퓨터용 칩 제조업체들에게 SMIC에 특정 제품을 수출할 경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공지했다. 첨단기술의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SMIC는 중국 최대, 전세계 5위의 파운드리 업체(매출 기준)다.
이에 대해 SMIC는 "SMIC 민간용을 제조한다"며 "중국 군부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SMIC는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반도체 내재화 전략의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자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자급률을 최소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SMIC 등 반도체 기업들에 보조금을 대거 지급하는 등 전폭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다만 SMIC의 기술력은 1·2위 업체인 TSMC나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TSMC와 삼성은 7nm 제품을 양산하고 5nm 이하 기술 선점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SMIC는 14nm 수준이다.
이번 미국 제재로 중국 반도체 생산은 물론 SMIC는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MIC가 장비를 공급 받는 3대 업체는 ASML, 램리서치, KLA-텐코로 각각SMIC 캐팩스의 11%, 6.6%, 3.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SMIC 주요 고객 및 서플라이체인_유진투자증권. [자료=유진투자증권] 2020.09.28 sjh@newspim.com |
ASML은 네덜란드 업체이나 이 회사의 레이저 기술에 미국 업체들의 기술이 이용되었다는 점에서 ASML에도 수출 제한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MIC는 앞으로 미국의 반도체 장비·소재를 수입하기 어렵게 돼 첨단 기술확보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라며 "미국 입장에서 눈엣가시인 화웨이의 숨통을 더욱 조이는 강력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화웨이는 미국 제재로 TSMC에도 반도체 위탁 생산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반도체 생산에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필요하다. TSMC와의 거래가 끊긴 화웨이는 대안으로 SMIC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이번에도 미국의 제동으로 불가능해졌다. 화웨이는 중국 1위 팹리스인 하이실리콘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미국의 SMIC 제재를 두고 업계에선 국내 파운드리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수혜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제재 학습효과를 고려하면 중국 파운드리 공급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가중되며 향후 중국 파운드리 공급부족을 심화시킬 전망이다"이라며 "중국 스마트폰, PC, 가전 업체들은 향후 재고확보 차원에서 한국 파운드리 업체에 긴급주문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SMIC는 주요 고객으로 화웨이뿐 아니라 미국 퀄컴, 브로드컴 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중국 우시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는 SK하이닉스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 고객 중심의 틈새시장인 8인치 웨이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요가 높은 카메라 이미지센서(CIS), 전력관리칩(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에 집중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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