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항공사들이 목적지 없는 비행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외여행이 어려운 상황을 감안, 관련 수요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항공기를 세워놓을수록 손해가 커지는 항공사들의 고육지책이기도 하지만 이색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초기반응은 나쁘지 않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내달 24~25일 국내 상공을 비행하는 아시아나항공의 관광상품은 예약을 시작한 지난 24일 당일 완판됐다. 비즈니스스위트와 비즈니스석은 판매 시작 후 20분 만에, 이코노미석은 5시간 만에 매진됐다.
아시아나항공, 'A380 특별 관광상품' 운영 [사진=아시아나항공] |
호텔과 연계한 숙박상품 역시 판매를 시작한 25일 모두 마감됐다.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 네스트호텔 숙박 포함 상품은 1분 만에 마감됐고, 대기 예약 수도 예약 가능한 인원의 4배에 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하나투어를 통해 전체 좌석의 절반 가량을 호텔 연계 상품으로 판매했다.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초대형 여객기 A380이 국내선에 투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목적지 없는 비행' 상품을 통해 국제선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A380을 국내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아시아나항공의 설명이다. 활주로 길이 등의 문제로 국내 공항 중 A380이 이용 가능한 공항은 인천국제공항뿐이다. 국내선 수요가 있더라도 A380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A380을 이용한 비행 상품은 '인천~강릉~포항~김해~제주' 코스를 두 시간 가량 비행한다. 비즈니스스위트석 30만5000원, 비즈니스석 25만5000원, 이코노미석 20만5000원이다.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해 2인석엔 1명, 3~4인석엔 2명만 탑승, 실제 가용 좌석수는 185석 줄어든 310석만 운영된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의 이색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항공사들 역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에어부산은 국내에서 처음 도착지 없는 비행 상품을 개발해 항공관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항한 바 있다. 대한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역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도착지 없는 비행상품은 비행기를 세워둘 경우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현금흐름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 항공사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다. 특히 A380 1대를 공항에 세워놓는 비용은 하루 3000만원에 달한다. 현재 보유 중인 A380 6대 모두 세워져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하루 주차비용만 1억8000만원이 발생하는 셈이다.
운영자금이 부족한 항공사들이 비행기를 띄워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 역시 항공사들이 관련 상품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이유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내놓은 상품은 국내선으로 제한돼 있어 기내면세점 영업이 불가능한 점은 한계다. 이에 에어부산은 국제선 항로를 개발해 기내 면세점 판매가 가능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대만 항공사 타이거에어가 선보인 '제주 가상출국여행 얼리버드 상품'으로 대만 관광객 120명이 제주도의 상공만 구경하고 돌아간 바 있다. 호주 콴타스항공도 시드니공항에서 출발해 아웃백,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등 상공을 7시간 비행한 뒤 다시 시드니공항으로 돌아오는 항공권을 출시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고객들의 호응이 높은 점을 감안해 목적지 없는 비행상품을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500명 가량을 태울 수 있는 A380이 띄우기 위해서는 모객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그런 수요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손실을 줄이는 방안의 하나로 비행상품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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