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부의 잇따른 규제책에도 주택시장은 급매물 거래와 신고가 거래가 혼재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추석 이후에도 국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방향성이 분명하지 않은 모습이 이어질 것란 게 중론이다. 뉴스핌은 6인의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추석 이후 시장에 대해 심층적으로 물어보고 이를 정리해봤다.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정부의 전월세전환율 인하에도 기존 전세를 월세나 보증부월세(반전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계약 기간이 늘어나고 임대료 상승폭은 제한된 반면, 부동산 조세는 강화되면서 세부담을 줄이려는 집주인이 늘 것이란 이유에서다.
집주인들의 반전세 또는 월세 선호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전세시장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매물품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추석 이후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난은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규제‧저금리 겹치면서 전세 줄고, 월세 늘어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도입과 부동산 관련 세금 강화 등 정부 정책 여파로 전세매물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늘어난 세금을 월세로 충당하려는 집주인 중심으로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추세가 더 확대될 것이란 설명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은 한정돼 있으나 세금이 대폭 오르게 돼 있어 전세물량이 반전세 증가와 월세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임대사업등록 등으로 인한 매물잠김 현상이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가격상승압력을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7·10대책'에서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3.2%에서 6.0%로 대폭 인상했다. 취득세율도 2주택은 8%, 3주택 이상과 법인은 12%로 높였다. 1주택자의 경우 집을 살 때 최고 3% 취득세율이 적용됐으나 법 개정으로 8%까지 올랐다. 7억원짜리 주택을 매입할 때 3500만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내년 6월부터는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양도세 중과를 적용한다.
반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전세사장 규제가 겹치면서 전세의 월세 또는 반전세 전환은 가속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9040건으로 전세 매물 8727건보다 313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9일부터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전월세전환율'이 기존 4.0%에서 2.5%로 낮아졌지만, 전세의 월세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낮은 금리로 인해 전세보증금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전월세전환율 인하 등 규제로 인해 집주인도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반면 저금리의 영향으로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수익을 얻기도 어려워 전세시장이 보증부월세 시장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도 "장기적으로 전세매물 종말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단기적으로는 집주인의 전세보증금 반환에 필요한 시간과 자금, 갭투자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전세에 일부 월세를 섞은 형태의 반전세가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이 지난 7월 31일 공식 공포된 후 첫 주말인 8월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으로 비어있다. 2020.09.29 dlsgur9757@newspim.com |
◆전세매물 감소‧전셋값 상승으로 서민 주거난..."정책 전환 필요"
문제는 전세의 월세 전환이 늘면서 전세 물량은 더욱 부족해질 것이란 점이다. 이미 임대차3법, 청약대기 수요로 전세 매물이 마른 상황에서 월세 전환까지 겹치면서 매물 품귀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는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서민 주거난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시장에 대한 선호와 청약 대기수요가 무주택자격을 유지하려는 움직임과 연결되고 있다"며 "이는 임대차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세 수요는 여전히 많지만 정부의 갭투자 규제와 임대사업자 폐지, 임대차 3법 도입 등으로 전세새물은 부족하면서 가격은 더욱 오를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는 임대차3법 도입 이후 전세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현장에선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89.3으로 지난 2015년 10월(193.1)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전세가격전망지수도 142.6을 기록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시장의 '전셋값 상승' 전망 비중이 더 크다는 의미다.
권 교수는 "전세시장은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 장기적으로는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4년 임대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또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장 전세계약 기간인 4년 동안은 전셋값 인상폭이 제한되더라도 계약 만료 후 세 계약 시에는 앞서 올리지 못한 임대료까지 한번에 올려 받으면서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은 전셋값 상승을 부추겨 무주택 서민들만 피해를 보는 '규제의 역설'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임차인을 보호하는 정책뿐만 아니라 전세시장 중 일부는 시장에 맡기는 정책을 병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 회장은 "임대차3법의 시행으로 전세공급이 줄어들고, 법 시행 전에 전셋값을 인상하려는 경향 등으로 전세매물의 급감과 전세값 상승이 발생해 소액임차인들이 먼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모든 임차인을 보고 보호하기 보다는 일정금액 이하의 임차인은 임대차보호법에 의해 강력하게 보호하고, 일정금액 이상의 임대차는 시장에 맡기는 투트랙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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