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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정용진·정유경 남매에 갑작스런 지분 증여 왜?…계열분리 더 빨라질 듯

기사등록 : 2020-09-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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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작업' 빨라진 신세계...정 남매 최대주주 올라
남은건 광주신세계 지분..이후 계열분리 신청 예상
10월 정기인사..."지배력 증가로 인선 색깔낼 듯"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그간 '그림자 경영'을 지속해온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정용진, 정유경 남매에 깜짝 지분 증여를 하며 승계작업에 고삐를 죄었다. 

이 회장은 2011년 인적분할 이후 서서히 계열분리 구도를 굳혀왔다. 이번 지분 증여로 신세계그룹은 '정용진의 이마트', '정유경의 신세계백화점' 독자경영 기조가 확고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깜짝' 지분 증여…왜?

29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명희 회장은 지난 28일 자신이 보유 중이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중 각각 8.22%를 아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에게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증여로 인해 이 회장의 보유 지분은 이마트 18.22%, 신세계 18.22%에서 각각 10.00%로 낮아지게 됐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09.29 hrgu90@newspim.com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10.33%에서 18.55%로,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10.34%에서 18.56%로 높아졌다. 두 법인의 2대 주주는 모두 국민연금, 3대 주주는 이 회장이 됐다.

이번 지분 증여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신세계그룹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회사의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판단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증여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에 대한 경영 능력 검증을 마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1년 인적분할 이후 이마트와 신세계는 외형 확장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정 부회장은 마트, 레저 산업에서 정 총괄사장은 면세점, 화장품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증여세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절호의 타이밍을 잡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증여세를 적게 내기 위해서는 주가가 낮은 상태에서 증여가 이뤄져야 한다. 전날 종가 기준 이마트 주가는 지난 2018년 2월 고점 대비 56.3% 하락했으며 신세계 주가는 지난 2018년 5월 대비 56.2% 하락한 상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이마트와 신세계 두 종목 모두 바닥을 벗어나 추세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면 지분을 되도록 빨리 증여받는 게 좋을 것"이라며 "주식 시장은 이번 증여를 실적과 주가의 턴어라운드 시그널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계열분리' 시계 빨라질 듯

이번 지분 증여로 이마트와 신세계의 완전한 계열분리 작업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마트와 신세계의 현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쓱닷컴(SSG.COM) 외에 공동 지분을 유지하고 있는 계열사가 없다. 사실상 분리경영 상태지만, 후계구도가 완성된 뒤엔 수년 내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 계열분리를 신청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명희 회장의 후계구도 굳히기는 서서히 진행됐다. 지난 2011년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으로 분할된 뒤 2016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보유 주식을 맞교환하면서 '이마트는 정용진', '신세계는 정유경'이란 공식이 확립됐다. 또 2018년에는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딸인 정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면서 분리 경영 라인은 선명해졌다.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신세계 지분이 남매에게 증여되면 경영권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되는 셈이다. 그 전에 정 부회장은 증여세 마련을 위해 광주신세계 지분(52.08%)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양수도 등을 통해 대형마트 사업부문을 따로 떼어낸 뒤 신세계에 매각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광주신세계 매출의 약 70%가 백화점 사업부문에서 나오는 만큼 명분도 뚜렷하다.

재계는 정용진, 정유경 남매의 확대된 지배력이 오는 10월 중순께로 예상되는 인사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소통형인 정 부회장과 은둔형인 정 총괄사장의 스타일이 앞으로 이마트, 신세계에 차별화된 색깔을 낼 것"이라며 "정기 인사 속도도 지난해보다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증여 규모는 총 4932억원으로 정 부회장이 이마트(종가 14만1500원) 주식 약 3244억원 어치를,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종가 20만8500원) 주식 약1688억원 어치를 받았다. 증여액이 30억원 이상일 때 세율이 50%임을 고려하면 증여세만 25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hrgu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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