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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3년]② '부동산정책 잘 돌아가고 있다"지만…시장은 '영끌‧패닉바잉'

기사등록 : 2020-10-0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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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번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상승...서울 외곽지역에 '풍선효과'
'내집 마련' 불안감 느낀 실수요자 영혼 끌어 모아 주택 구입
"영끌 안타깝다" 현실 괴리 발언에 시장 반발..."혼란 커져"

[편집자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3주년을 넘어서며 국토부 최장수 장관에 올랐다. 취임 초기부터 "집으로 돈버는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할 정도로 주택가격 안정화에 23번의 크고 작은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역대 정부 중 집값은 물론 전셋값 마저도 가장 불안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 장관의 3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필요한 정책과 대안을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봅니다. 어떤 것들은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 있기 때문에 모든 정책이 작동되면 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역대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에 오른 김현미 장관은 지난 6월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기치로 정부가 내놓은 크고 작은 정책들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그 이후로도 '7‧10대책', '8‧4대책' 등을 내놨지만 시장에선 집값 안정 등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총 23번의 정책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자 실수요자들은 오르자 실수요자들은 '영끌(영혼을 영혼을 끌어모아 돈을 마련한다는 신조어)',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나서면서 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난 9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2020.09.23 leehs@newspim.com

◆23번 대책에도 시장 불안 '여전'...서울 외곽 아파트값도 '껑충'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김 장관은 2017년 6월 취임 당시 '부동산 투기 근절'을 강조한 뒤 최근까지 23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정부 목표인 시장 안정화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장관 취임 이후 현재까지 약 3년 넘는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3억원 넘게 오르는 등 집값 과열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45.5%(실거래가격지수 기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는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등을 분석해 52%(중위가격 기준) 상승했다고 주장한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도 함께 뛰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7년 6월 6억2115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 8월 9억2152만원으로 3억원 가량 올랐다. 김 장관 취임 후 서울 아파트값은 해매다 약 1억원씩 상승했단 얘기다.

서울 강남 아파트를 겨냥한 규제를 쏟아내자 외곽지역이 오르는 풍선효과도 빚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에서 최근 2년 사이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성북구(39.8%)로 나타났다. 이어 노원구(39.3%), 금천구(38.7%), 중랑구(37.1%), 강북구(37.0%)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구(18.3%), 용산구(18.0%), 서초구(17.9%) 등은 20%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성북구와 노원구 등 외곽지역은 상대적으로 저가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지역이다. 신혼부부 등 자금여력이 부족한 서민들은 그나마 이 지역에서 낮은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외곽지역 아파트마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내집 마련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분양가가상한제 등 규제로 낮은 분양가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를 기대하는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 물량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청약 경쟁도 과열되는 분위기다. 낮은 가점으로 청약당첨이 어려운 젊은 층들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영혼을 끌어 모아 집을 사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정책은 하나, 둘씩 바꿔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정부는 한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하고 있어 시장 반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은 안정되지 못하고 계속 상승해 무주택 서민 입장에서는 기대보다는 실망이 더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가 내놓은 23번의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대책에도 집값안정의 실패, 전세시장의 불안이 발생하면서 정책의 신뢰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6.17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8월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반대 집회 도중 신발을 벗어 흔들고 있다. 2020.08.01 dlsgur9757@newspim.com

◆현실괴리 발언에 시장에선 거센 반발..."시장혼란 가중"

김 장관은 최근 부동산 시장 현실과는 동떨어진 발언을 내놓으면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영끌 발언이다. 그는 젊은층 중심의 패닉바잉에 대해 "안타깝다"며 "영끌로 매매하기보다는 분양을 받으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청년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의 집값 통계 중 하나인 실거래가격지수는 처음 본다는 발언에도 논란을 빚었다. 김 장관은 지난 8월 국회에서 한국감정원의 실거래가지수, 평균매매가격, 중위매매가격 통계 내용을 알고 있느냐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처음 본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국토부가 정부에게 유리한 통계를 앞세워 정책 실패를 감추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시장 체감과 괴리가 큰 통계만으로 부동산 정책 효과를 판단하면서 시장 불신만 키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졌다.

김 장관은 지난달 11일 "몇 개월 후 전세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전세매물 감소 우려와 관련해서도 "서울 전세 거래량이 줄었지만, 예년에 비해선 적지 않은 숫자"라고 강조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 시행은 지난 7월 31일 이후 두 달이 지났지만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89.3으로 지난 2015년 10월(193.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5억1707만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최고가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설익은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권 교수는 "정책을 내 놓을 때는 정책 시행 후 문제점, 장단점 등을 사전 파악하기 위한 공청회 등을 거치는 게 보통"이라며 "현 정부는 일방적으로 하다보니 문제점이 나타나고 시장혼란만 가중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최근까지 이어온 규제 일변도 정책에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 회장은 "정부에서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주거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정책을 투트랙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에 대해 일정부분은 시장경제에 맡기고 정부는 일부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복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도 "부동산 시장을 정부가 간여해 끌고갈 생각보다는 민간자율에 맞기는 것이 더 시장경제 논리에 맞을 것"이라며 "재개발, 재건축 사업 규제보다는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un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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