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서울 강남구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에서 수서고속철도(SRT)를 운행하는 것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삼성역에 SRT가 정차하려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의 플랫폼 높이차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EMU(동력분산식 전동차)를 활용하면 두 열차의 플랫폼 차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수립될 GTX-C 노선 기본계획에는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에 고속철도 SRT를 운행하는 내용이 제외된다.
당초 국토부는 지난 2016년 경기도 덕정~수원을 잇는 GTX-C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다시 신청하면서 SRT를 의정부까지 연장 운행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 안은 지난 2018년 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후 국토부는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의정부발 고속열차 운행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지난해 초에는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설계에 포함됐던 고속철 승강장도 제외하도록 서울시에 요청해 설계가 변경됐다.
이에 따라 오는 2027년 삼성역 복합환승센터가 완공되면 강남에서 SRT를 타려는 승객들은 삼성역이 아니라 수서역까지 가야 한다. 또한 지방에서 SRT를 타고 오는 승객들은 삼성역에 바로 올 수 없고 수서역에 내려서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야 한다.
◆ SRT, GTX와 플랫폼 호환 안 돼…국토부 "2500억 사업비 필요"
국토부가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에 SRT 운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는 SRT와 GTX의 플랫폼 높이차 때문이다. SRT는 플랫폼 높이가 500mm인 '저상홈'이다. 플랫폼이 열차 바닥보다 낮으니 승객들은 열차에 타거나 내릴 때 계단을 두세개 밟고 오르내려야 한다. 한국고속철도(KTX)와 SRT는 저상홈으로 돼 있다.
반면 GTX 플랫폼은 높이가 1135mm인 '고상홈'이다. GTX는 플랫폼 높이가 열차 바닥과 같아서 계단이 필요없다. 서울 지하철도 고상홈 구조로 돼 있다.
당초 서울시는 강남구 영동대로 삼성역(2호선)~봉은사역(9호선) 구간에 지하 6층 규모의 광역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GTX-A와 GTX-C, SRT, 위례신사선 경전철, 노선버스, 택시를 모두 탈 수 있는 대형 환승센터로 만들려는 것이다.
하지만 SRT와 GTX는 플랫폼 높이가 달라서 한 플랫폼에 운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SRT와 GTX-A는 수서~동탄 구간 선로를 공유하면서도 플랫폼 높이차가 있어서 중간역에 환승이 안 된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0.10.06 sungsoo@newspim.com |
예컨대 수서~동탄 구간에 있는 성남역과 용인역은 GTX-A만 탈 수 있고, SRT는 그냥 보내야 한다. 고상홈과 저상홈을 모두 설치한 SRT 수서역과 GTX 동탄역에서만 상호 환승이 가능하다.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에서 두 열차가 모두 운행하려면 각각의 플랫폼을 따로 설치해야 한다. 이 경우 공사비가 많이 들고 공기도 길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삼성역과 수서역 사이에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이 많으니 투입비용 대비 수익이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삼성역에 SRT를 운행하려면 약 2500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는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며 "애당초 사업성이 낮아 국토부에서는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서울시 "EMU로 플랫폼 높이차 해결 가능"…강남구청 "사업성 충분"
반면 서울시는 두 열차의 플랫폼 차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EMU(동력분산식 전동차)가 있다고 주장한다. EMU-320은 최고속도가 시속 320km로 SRT(시속 300km)보다 빠르다. 또한 GTX가 사용하는 고상홈과 SRT가 쓰는 저상홈에서 모두 정차가 가능하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국토부가 EMU를 구매하면 삼성역에 저상·고상홈을 모두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 경우 삼성역에서 의정부까지 고속열차를 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MU를 운행시키면 삼성역에 SRT 승강장을 별도로 만들지 않아도 GTX 승강장을 같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청도 삼성역 SRT 운행이 충분히 사업성이 있고 사용자의 이동편의에도 기여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8년 12월 고속철도 운행을 포함한 GTX-C 노선의 예비타당성을 조사한 결과 B/C(비용편익분석) 1.36, AHP(계층화분석법) 0.616으로 경제성이 높게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B/C는 비용 대비 편익을 계산한 수치며, AHP는 경제성·정책성·재무성 등 4개 분야 16개 세부항목에 대해 실시하는 종합평가다. 일반적으로 B/C가 1 이상이면 경제성을 확보한 것으로, AHP 0.5 이상이면 사업시행의 타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한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부산, 광주 등 지방에서 SRT로 올라오는 승객들도 삼성역에서 환승하면 서울 도심에 진입하기가 훨씬 편리해진다"며 "나아가 노원구·도봉구·동대문구·의정부 등 수도권 동북부까지 고속철도가 연장되면 수도권 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EMU 구매비용 들고 승객 환승해야…타 교통수단 분산 우려도
하지만 EMU-320 구입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실제 도입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앞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현대로템의 한국형 차세대 고속차량 16량을 내년 3월 말까지 590억원에 구입하는 계약을 지난 2016년 체결했다. 이 차세대 고속차량이 EMU-320이다. 열차 1객실은 1량에 해당한다.
코레일이 EMU-320 16량을 590억원에 구입했으니 8량당 가격은 295억원으로 추산된다. SRT 열차는 특실 1량, 일반실 5량으로 구성된다. 단순 계산해서 EMU-320을 SRT와 동일하게 6량 구입한다고 가정하면 221억2500만원이 든다.
또한 EMU를 도입해도 수서역과 삼성역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없다. 삼성역에 SRT용 저상홈이 없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방에서 SRT(저상홈)를 타고 온 승객들은 수서역에서 내린 다음 다시 EMU로 갈아타서 삼성역(고상홈)으로 이동해야 한다.
수서역에서 삼성역으로 이동하는 수요자들이 EMU 대신 버스·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으로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 수서역에서 삼성역까지는 버스로 23분~38분, 차량으로 11분 정도 걸린다. 국토부가 EMU 도입에 따른 기술적 문제를 감수하면서 구매를 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삼성역에 SRT가 운행할 경우 추가 비용이 들지만 수요자들의 이동편의 증진과 같은 긍정적 측면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삼성역처럼 땅값이 비싼 지역에 열차선을 끌어와서 다른 대중교통 노선과 겹치지 않게 공사를 진행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며 "삼성역과 수서역을 SRT로 연결했을 때 드는 추가비용을 고려하면 재무적으로 마이너스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사업은 재무적 타당성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타당성도 봐야 한다"며 "삼성역과 수서역 연결로 교통편의성이 높아진다는 무형의 이익이 경제적 비용보다 더 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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