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내년부터 양도세를 내는 대주주의 주식 보유액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법을 폐기하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공식 답변 요건을 채운 상태다. 증권가 일각에선 연말을 앞두고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투자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뉴스핌이 '3억 대주주' 이슈의 쟁점과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의 주식 보유액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한 가운데 시장 안팎에서는 연말 '매도폭탄'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일각에선 이번 조치로 10조원 가량의 개인 물량이 연말에 쏟아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주주 양도소득세 요건이 조정되지 않으면 올해 12월 국내 증시에 최소 5조원에서 최대 10조원 이상의 개인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추정하는 분위기다. 개인 투자자들의 역대 연말 매도 규모 최대치의 최소 2배 이상 나올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대주주 판단 기준이 10억원이었던 작년 12월 개인 순매도(코스피·코스닥 합산) 규모는 4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투자자 그룹별 12월 누적 순매수 추이 [표=자본시장연구원] |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주주 요건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춰지면서 이를 적용받는 투자자가 이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의 역대 연말 매도 규모 최대치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재까지 매도 규모 최대치는 지난 2017년 12월 기록인 코스피·코스닥 합산 5조1314억원이다. 이 기준의 2배라면 최소 10조원 이상의 '매도폭탄'이 쏟아질 수 있다는 추정이다.
앞서 정부는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2017년 세법 개정에 따라 내년 4월부터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당 보유 주식이 3억원 이상인 투자자가 수익을 내면 최대 33%의 양도세를 내는 것이 골자다. 이 경우, 3억원은 해당 주식 보유자를 포함해 친가·외가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기존 소득세법 시행령은 한 기업의 주식을 '10억원 이상' 가진 투자자(대주주)는 주식을 팔 때 양도차익에 따라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도록 규정했다. 그간 정부는 유가증권시장에서의 대주주 기준을 ▲2005년 100억원 ▲2013년 50억원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 이상으로 강화해 왔다. 코스닥은 ▲2005년 50억원 ▲2013년 40억원 ▲2016년 20억원을 강화하고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만약 정부안대로 대주주 요건이 하향될 경우, 과세를 피하려면 올해 12월 안에는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과세 기준일은 4월 1일이지만 대주주 판단 기준은 전년 12월 말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장 올해 12월 대주주 요건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이 유례없는 매도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2019년 개인 투자자는 매년 12월 코스피 시장에서 평균 1조8600억원, 코스닥은 280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들은 1월부터 11월까지 순매수를 거듭하다가 12월에만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대주주 요건이 크게 하향되기 직전 해 연말에 개인의 대규모 순매도 패턴이 확인된다"며 "특히 이번에는 시총 기준의 하향 조정폭이 크고 올해 주식시장에 유입된 개인 자금의 규모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2016~2019년 월별 개인투자자 순매수 추이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대주주 기준이 25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변경된 2018년 직전 해인 2017년 12월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3조6645억 원을 팔아 치웠다. 1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하향되기 직전인 2019년 12월에도 3조8275억 원이 순매도됐다. 코스닥 시장에서의 순매도액과 합치면 2017년 12월에만 5조1314억 원, 2019년 12월엔 4조8230억 원에 달한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0.08.10 alwaysame@newspim.com |
다만 소득세법 관련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모두 한 종목당 3억원을 보유한 대주주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는 못한 상태다. 기재부는 이 같은 요건에 해당하는 대주주가 약 9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잠정 집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 발표하지는 않은 수치다.
이로 인해 연말 매도폭탄 규모를 두고 증권사에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대체로 10조원 규모를 예상하고 있으나 15조원을 넘길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2017년 말 기준보다 2배 이상의 매도물량이 나올 것으로 보지만 사실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보면 그 규모를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동안 정부가 대주주 요건을 강화할 때마다 연말 매도물량이 쏟아지듯 나왔는데, 이번에는 그 강도가 심한 만큼 최대 15조원 이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대주주 요건을 벗어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으로 올 12월에는 하락장이 펼쳐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통상 미국 대선 후에는 증시가 상승하는 구도를 보였으나 대주주 주식 양도세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한 종목 3억원 보유라는 대주주 요건이 바뀌지 않으면 연말에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량이 쏟아질 수 있어 증시가 어떻게 흐를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이 개인들이 매도량을 받아주면 좋겠지만 이렇다 할 보장도 없기 때문에 연말 증시는 알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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