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올해 노벨화학상은 생명의 코드를 다시 쓸 수 있는 유전자 가위를 창조해 낸 여성 과학자 2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51)와 미국의 제니퍼 A. 다우드나(56) 등 2명의 공동 수상자를 발표하고, "올해 수상자들은 유전자 기술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도구인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캐스나인(CRISPR/Cas)을 개발하는 데 공로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오비에도, 스페인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2명의 여성 과학자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왼쪽)와 제니퍼 A. 다우드나가 2015년 10월 스페인 오비에도에서 열린 어린이 유전자 미술 전시회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0.10.07 gong@newspim.com |
이어 "이를 통해 동식물과 미생물의 DNA를 고도의 정밀성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됐다"며 "유전자 가위 기술은 생명 과학에 혁명을 일으켰고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을 뒷받침했으며 유전 질환 치유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샤르팡티에와 다우드나는 6, 7번째 여성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됐다. 앞서 노벨 화학상을 받은 여성 과학자들은 마리 퀴리(1911년), 퀴리 부인의 딸 이렌 졸리 오퀴리(1935년), 도로시 호지킨(1964년), 아다 요나트(2009년), 프랜시스 H. 아널드(2018년) 등이다.
또한 여성 수상자들이 노벨 화학상을 독점한 것은 1964년 호지킨 단독 수상 후 처음이다.
샤르팡티에는 독일 하노버대학 의과대학 교수로, 다우드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화학과 교수로 각각 재직 중이다.
샤르팡티에는 인류에 가장 해로운 박테리아 종류로 꼽히는 화농성연쇄상구균(Streptococcus pyogenes) 연구 도중 'tracrRNA'라는 미지의 분자가 이 박테리아의 면역시스템 일부를 구성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관련 내용을 2011년 발표했다.
이후 같은 해 다우드나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 테스트 튜브에서 이 박테리아의 유전자 가위를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샤르팡티에와 다우드나가 노벨 화학상을 받기까지 걸어온 세월은 10년이 채 되지 않아 노벨상 기준으로는 짧은 편이다.
또한 유전자 가위 기술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이른바 '맞춤아기' 등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논란의 대상의 돼 왔다.
클레즈 구스타프슨 노벨위원회 화학 부문 회장은 "이 기술은 엄청난 힘을 지녔기 때문에 극도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면서도 "인류에게 위대한 기회를 제공하는 기술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오늘날 크리스퍼 캐스나인(CRISPR/Cas)은 생화학과 분자생물학에서 흔히 쓰이는 기술로, 식물 연구자들이 곰팡이와 해충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뭄 등 각종 혹독한 기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며 암과 유전병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
크리스퍼 분야는 여러 건의 치열한 특허 분쟁이 발생하는 등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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