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김태진 기자 = 클럽에서 여성을 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2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윤성묵)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20대) 씨에 대한 1심(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9월 25일 새벽 2시 30분께 대전의 한 클럽에서 내부 통로를 친구들과 나란히 걸어 가던 중 앞에 서 있던 B(여) 씨의 엉덩이를 1회 움켜잡은 혐의로 기소됐다.
대전법원종합청사 전경 [뉴스핌=DB] |
A씨는 휴대전화와 지갑을 쥔 양 손을 가슴 높이까지 올린 상태에서 혼잡한 클럽 내부를 빠져나가고 있었을 뿐인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미친 위법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항소했다.
A씨는 1심에서도 이 같은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은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법정에서의 진술 모습과 태도에 비추어 신빙성이 있는데다가 피고인의 일행이었던 증인이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는 있으나 사건 당시의 상황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과 기록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춰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수사기관과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엉덩이를 만진 사실이 없고 오히려 아무런 이유도 없이 피해자로부터 뺨을 맞은 폭행 피해자일 뿐"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고 특히 수사기관에서는 거짓말탐지기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동의하면서 꼭 진실을 밝혀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A씨가 사건 발생 직후 112에 폭행 피해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이 사건이 개시됐을 뿐이고 B씨는 단지 조사과정에서 추행 피해사실을 진술했을 뿐이므로 만일 A씨가 먼저 신고하지 않았다면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수사는 개시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강제추행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자신의 형사처벌 위험을 감수하면서 폭행 피해를 신고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A씨의 위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이밖에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발생 당시 A씨 외에 다른 사람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특히 일행의 맨 뒤에서 이동하고 있었던 B씨의 뒤편에도 다른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B씨를 추행한 범인은 혼잡한 바 내부 통로를 B씨와 반대방향으로 교차하면서 서로 멀어지고 있었던 A씨가 아니고, B씨의 뒤편에 있었던 다른 사람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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