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현대차그룹 회장에 올랐다. 고(故) 정주영 회장-정몽구 회장을 잇는 3세 경영을 본격화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14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정 회장 선임 안건을 승인했다.
회장 선임에 따라 정 회장은 2009년 부회장에 이어 2018년 9월 부회장에서 수석 부회장으로 승진한지 2년 1개월만에 현대차그룹 총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수석 부회장 때부터 사실상 현대차그룹을 총괄해온 정 회장은 이날 이사회를 통해 형식적으로도 그룹의 회장이 된 것이다.
정 회장은 부친인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지난해 1월 현대차그룹 시무식에 이어 올해 시무식에서도 그룹의 비전을 직접 제시하는 등 그룹을 이끌어왔다.
또 지난 3월에는 현대차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며 회장 선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현대차그룹] |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 자동차 산업 수요 감소에 따라 미래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자동차 외에도 '탈 것', 즉 새로운 이동 수단과 서비스에 그룹의 미래를 걸고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2025 전략'을 발표하며 미래 사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5년간 미래차 분야의 총 100조원 투자해 전기동력화(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 미래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항공기 등을 포함한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Smart Mobility Device)'과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Smart Mobility Service)' 2대 사업 구조로 전환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상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은 자동차는 물론 개인용 비행체(Personal Air Vehicle), 로보틱스, 라스트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 등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군으로, '끊김없는' 이동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란 마이크로 모빌리티, 퍼스널 모빌리티로 불리는초단거리 개인 이동수단으로, 통상 차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마지막 1마일(1.6㎞) 정도에 대한 이동 서비스를 뜻한다. 전동킥보드가 라스트마일 모빌리티에 해당된다.
제품 외에도 자동차와 정비, 관리, 금융, 보험, 충전 등 주요 서비스를 결합해 제공하는 신사업을 추진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미래 전략은 정 회장이 전체 그림을 그렸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를 비롯해 ▲차량공유 ▲무인항공 ▲수소전기차 등 국내외 기업과 손 잡으며 투자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경영보폭을 크게 넓혀왔다.
최근만 하더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주요그룹 총수들과 잇따라 회동을 성사시키며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대한 논의와 협력 구도를 이끌어 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4대 그룹의 총수가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은 창업 세대에 이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파격 회동으로 손꼽힌다.
이와 관련해 정 수석 회장은 지난 5월 천안 삼성SDI를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데 이어 7월에는 이 부회장을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심장부인 남양연구소로 초대하며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협력 방안을 거듭 논의하는 등 경영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 회장은 1970년생으로 휘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샌프란스시코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영업지원사업부장으로 입사해 18년간 경영 수업을 받다가 수석 부회장 때부터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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