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아파트 거래는 전반적으로 잠잠한데 매도물량이 많지 않아 시세가 빠지진 않네요. 최근 급매물 소진과 전셋값 상승으로 매수 문의는 좀 늘고 있어요."(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A공인중개소 대표)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에 바닥으로 떨어졌던 아파트 매수심리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지역적으로 급매물이 일부 소진됐고 신고가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자 집값이 조만간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최근 전세난이 가중되자 내 집을 구하겠다는 수요자가 늘어난 것도 이유로 풀이된다.
◆ 매수심리 지표, 바닥에서 2주 연속 상승
26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지역 주택 매수우위지수가 87.3을 기록해 2주 연속 상승했다. 이 지수가 100을 기준으로 100 초과하면 '매수자가 많다',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연초 아파트 시장은 매수우위지수가 130을 초과하며 절대적인 매도자 우위를 보였다. 저금리와 재건축 기대감 등으로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이에 정부가 과열된 집값을 잡겠다며 '2·20, 6·14, 7·10, 8·4 부동산대책' 연이어 발표했다. 대출규제 및 보유세 강화, 규제지역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 결과 매수심리가 빠지기 시작해 8월 마지막주에는 올해 처음으로 매수우위지수가 100 이하로 추락했다. 이후에도 4주 연속 추가 하락했다.
그러던 매수우위지수가 반등한 것이다. 지난주 86.9에서 이번주에는 87.3으로 뛰었다. 물론 아직도 매수자보다 매도하려는 수요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2주 연속 매수심리가 상승한 만큼 매매시장의 분위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의 매수우위지수는 협력 중개업소 4000여곳에 설문으로 취합한다. 이중 서울이 900여 곳이다. 설문은 '매수자가 많다', '매도자가 많다', '보합'이라는 3가지 항목으로 물어 합산 평균한다.
KB부동산정보 김균표 차장은 "매수우위지수가 아직 100 이하이기 때문에 매매시장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다만 최근 지표가 2주 연속 상승하면서 매수심리가 바닥은 탈출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 전세가 상승+신고가 행진에 매수 대기자 늘어
시장에서도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를 사려는 매수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집값이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과 전세 불안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A공인중개소 대표는 "주택 거래량 자체가 늘진 않았지만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은 거래가 심심치 않게 이뤄지고 있다"며 "지역적으로 신고가 거래가 계속됐고 전세난이 가중된 것도 수요 심리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주택 매매시장이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집값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전세 불안이 겹치자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아파트 신고가는 이달에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신도1차아파트'(전용 131.7㎡)가 직전 최고가 대비 1억1000만원 오른 8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상계동 '수락파크빌'(84.8㎡)은 9800만원 상승한 6억9800만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동작구 흑석동 '명수대현대'(112.2㎡) 실거래가는 15억7000만원으로 직적 최고가보다 1억원 높아졌다. 성동구 하왕십리 '왕십리자이'(84.9㎡)는 6000만원 상승한 13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용산 문배동 아크로타워(84.9㎡)도 직전 신고가보다 8000만원 오른 12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강남보단 비강남권에서 신고가 거래가 늘고 매수심리가 회복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투자금이 적고 거래가격이 대부분 15억원 이하로 대출을 이용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발과 지하철노선 확장 등의 개발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처 관계자는 "주택 매수세가 전지역에 둔화됐지만 교통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중대형보다 소형 아파트, 강남보단 비강남권의 상황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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