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임대차3법 조기 안착'으로 전세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자신했지만 시장에서는 벌써 회의론이 나온다.
임대차법 일부가 시행된 이후 전세난이 되레 가중됐다는 점에서 임대차3법으로 전세시장 문제를 해결하긴 어려워 보인다. 또 임대차3법의 마지막 퍼즐인 '전월세신고제'가 전세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집주인의 탈세를 막는 수단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문 대통령 "임대차3법 조기 안착…전세시장 기필코 안정시킬 것"
30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해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국정 운영 방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0.10.28 leehs@newspim.com |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통과 이후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대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 정책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지난 7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 중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이미 시행 중이다. 전월세신고제는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신고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내년 6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중형 공공임대아파트 공급은 단기에는 어렵고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 대통령이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겠다"고 한 것은 전월세신고제를 조속히 실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월세신고제는 주택임대차계약 시 30일 이내 임대차계약 내용을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하는 제도다. 계약 당사자와 보증금 및 임대료, 임대기간, 계약금·중도금·잔금 납부일 등이 신고할 내용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0.10.29 sungsoo@newspim.com |
공인중개사가 계약서를 쓰면 중개사가,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접 거래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신고해야 한다. 만약 보증금, 월세와 같은 임대차 조건이 바뀌면 중개인 또는 임대인이 변경 내용을 신고할 의무가 있다.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고하면 각각 100만원,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전월세신고제, 임대차 세원 투명화 목적"…탈세 방지 효과
하지만 시장에서는 전월세신고제가 '전세시장 안정'보다는 사실상 '세수증대 목적'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그간 '깜깜이 시장'으로 분류된 임대차 시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탈세를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임대인들은 전·월세 보증금, 임대료 소득을 신고할 필요가 없어서 세금을 회피할 여지가 있었다. 전·월세는 매매계약과 달리 신고 의무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토부 실거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임대차계약은 전체의 25%(4분의 1) 정도로 파악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의 사각지대였던 셈이다. 하지만 전월세신고제로 임대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면 임대인들도 꼼짝없이 세금을 내야 한다.
예컨대 예전에는 자녀가 고액의 전세계약을 체결했을 때 부모가 암암리에 전세보증금을 지원해주는 것이 가능했다. 또는 전월세 계약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계약자의 월세, 보증금을 대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국세청이 이러한 이상거래를 발견하고 세입자에게 전월세 자금출처를 소명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세입자가 부모에게 전세금을 지원받은 사실을 국세청이 확인하면 이를 '증여'라고 판단해 고액의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 정부, 보증금 과세 '반복'…2000만 이하 임대소득자 비과세 종료
정부의 그간 정책기조를 봐도 전월세신고제는 '보증금 과세를 위한 사전준비 단계'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그간 정부는 전월세보증금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기준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 ▲2주택 이상 보유자 중 월세수입이 있는 사람 ▲보증금 합계가 3억원 이상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모두 임대소득세 과세대상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0.10.29 sungsoo@newspim.com |
예컨대 기준시가 9억원이 넘는 집 한 채를 가진 1주택자가 자신의 집을 전세로 놓고 있다가 반전세(전세보증금+월세)로 돌리면 월세 수입이 발생한다. 이 사람은 내년에 종합과세(세율 6∼42%)나 분리과세(14%)로 주택임대소득세를 내야 한다.
주택을 2채 보유한 집주인도 전세보증금을 반전세로 돌리면 마찬가지로 주택임대소득세 대상이 된다.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작년부터 종료된 것도 전세보증금에 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정책의 일환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까지는 연 2000만원 이하의 주택임대소득자를 영세사업자로 분류해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자에게도 과세를 실시했다.
◆ 간주임대료 과세, 2주택자로 확대 유력…전월세신고제는 '거들 뿐'
이밖에 주택 간주임대료 과세대상을 확대하는 정책도 향후 '전세보증금 과세정책'의 일환으로서 실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간주임대료'란 집주인이 받은 전·월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무이자로 대출받은 소득이라고 '간주'해서 과세하는 금액을 말한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할 경우 최소 이자만큼은 소득이 생겼을테니 그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개념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0.10.29 sungsoo@newspim.com |
주택 간주임대료 계산식은 국세청 홈페이지에 나와있다. 집주인이 1년간 받은 보증금에서 3억원을 뺀 다음 60%를 곱한 값이 과세 대상이다. 여기다 임대료를 받은 일수를 연율화(365일로 나눔)해서 곱한 다음 정기예금이자율(작년 기준 2.1%)을 곱하면 된다.
이 식대로 계산하면 연 5억원의 전세금에 대한 간주임대료는 연 252만원이 나온다. 다만 전세보증금 액수(5억원)에 비하면 간주임대료(252억원)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구매)를 막으려면 전세금에 대한 세금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향후 간주임대료 과세대상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지금까지는 간주임대료 부과대상이 부부합산 3주택 이상 소유자였지만, 앞으로는 2주택 이상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 세무사는 "정부가 간주임대료 대상자를 기존 3주택자에서 2주택자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세청에서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실시될 전월세신고제가 이처럼 '전세보증금 과세'에 필요한 사전단계로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서라고 언급했지만 실제 효과는 다를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월세보증금에 소득세를 부과하려면 전국의 전월세 현황에 대한 집계가 필요하다"며 "이를 가능케 하는 법이 내년 6월부터 시행되는 전월세신고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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