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华为)가 상하이에 반도체칩 공장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소식이다. 제재로 미국으로부터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자 자체 생산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화웨이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0.05.18 [사진=로이터 뉴스핌] |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공장신설 계획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 두 명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화웨이는 상하이시 정부 지원의 반도체칩 회사 상하이IC 연구개발(R&D) 센터(ICRD)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장을 건설할 방침이다.
ICRD는 국영 화홍그룹의 최대 주주다. 화홍그룹은 반도체 제조업체 화홍그레이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우선 구형 45나노미터(nm) 반도체칩 생산을 통해 공장 가동 실험에 나선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내년 말에는 비교적 최신의 28nm 칩 생산에 나설 것인데, 이 칩은 스마트TV 등 IoT 기기에 탑재가 가능하다. 회사는 2022년 말까지 20nm 반도체칩 생산을 목표로 두고 있다. 해당 칩은 5G텔레콤 장비에 쓰이며, 성공한다면 미국의 제재에 지장없이 차세대 통신 사업 지속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 반도체 업계 소식통은 "당장은 생산라인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위한 칩셋 생산은 어렵다"며 "만약 추후에 성공한다면 이는 지속가능한 사업 전망에 다리가 놓이는 셈이다. 2년 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홍콩 소재 번스타인의 마크 리 반도체 연구원도 "화웨이는 아마 2년 후에 칩셋 생산이 가능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5월 미국은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 목록'(Entity List)에 올려 미국 업체들이 상무부의 특별 승인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칩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수 없게 제재를 가했다. 그 해 8월에는 미국의 기술과 설계가 들어간 해외 반도체도 미 정부의 승인 없이는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추가 제재를 부과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칩 가공 경험이 전무한 화웨이에 있어 이번 파트너십이 반도체칩에 대한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장기적인 자체생산의 길을 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 화웨이가 사재기로 재고에 쌓아둔 반도체칩이 소진되면 상하이 공장이 잠재적인 반도체 납품시설이 될 것이라고 한다.
화웨이와 ICRD는 FT의 사실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ICRD 대변인은 "우리는 아무런 정보도 줄 수 없다. 민감한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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