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지난 1년간 눈에 띄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화시스템의 주가가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11월 상장 후 한국형 차세대전투기(KF-X)의 '눈' 역할을 수행하는 AESA 레이더를 개발하고,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전투체계 개발 사업을 따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화시스템은 향후 그룹의 3세경영 한 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가치 제고작업에 더욱 주력할 전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의 주가는 전일 종가기준 주당 1만750원으로, 1년 전 공모가인 1만2250원 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11월 상장을 준비하며 "기업가치 제고"를 천명했지만 지난 1년간 주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반대로 지난 1년간 김연철 사장의 지휘 아래 달성한 굵직한 성과를 감안하면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9월 국내 전투체계 개발사업 중 최대 규모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전투체계(CMS) 및 다기능 레이다(MFR) 개발' 사업의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비는 6700억원으로 전년도 한화시스템 방산부문 매출의 약 60%에 달하는 규모다. 전투체계는 함정에 탑재되는 다양한 센서, 무장, 기타 통신 및 지휘체계를 통합 운용하기 위한 전략 무기체계로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KDDX 뿐만 아니라 KF-X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AESA 레이더 시제기 1호기를 지난 8월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성공적으로 출고시켰다. AESA레이더는 전투기의 눈 역할을 수행하는 항전센서로 공중과 지상 표적에 대한 탐지, 추적 및 영상 형성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미래 전투기의 핵심장비이다.
여기에 오버에어와 페이저솔루션 지분을 확보하면서 각각 에어택시와 인공위성 안테나 시장으로 영역도 확장했다.
한화시스템이 MADEX2019에서 전시한 KDDX 통합마스트(IMAST) [제공=한화시스템] |
연이은 사업 확장에도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방산주 특유의 성격 때문으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방산주는 경영 성패 여부보다 국가 국방정책이나 국가 간 이해관계 등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며 "상반기에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데다, 특히 미국 대선 결과가 국내 대북관계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선거를 앞둔 하반기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설명했다.
외부적인 영향이 있지만 한화시스템은 내심 고민이 깊다. 한화시스템은 향후 전개될 그룹 3세경영 시대의 준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화시스템의 2대 주주인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그룹 내에서 ㈜한화와 함께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50%,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이 각각 2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가치가 상승할수록 에이치솔루션의 가치도 상승하는 구조. 재계 일각과 시장에서는 향후 3세 경영자들이 한화시스템 지분을 매각해 ㈜한화 지분을 확보하거나 상속에 따른 세금 등에 사용할 자금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한화시스템 지분의 보호예수기간은 18개월로, 앞으로 6개월 후 3세 경영자들이 한화시스템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 내년에는 한화종합화학의 상장도 예정돼 있어 그룹 내에서 중요한 해로 점쳐진다.
IB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보다 5.5% 증가한 52조9000억원을 내년 국방예산으로 편성했다"며 "이 중 감시정찰과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피아식별장비(IFF) 성능개량 예산편성액이 늘어 한화시스템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