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친환경 정책 공약을 내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의 당선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두산중공업은 해상 풍력 발전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만큼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반면, 가스터빈과 원전 사업 전망은 유보적이란 관측도 나온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 공약은 두산중공업의 포트폴리오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원전부터 가스터빈, 풍력, 연료전지에 이르는 친환경 발전기술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이 중 해상풍력과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집중 육성키로 하면서 향후 미국시장 진출을 전망을 밝혔다. 반대로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원전과 가스터빈 시장 진출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바이든은 경제회복 전략에서 4년간 청정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 전력의 60% 이상이 석탄과 천연가스로 생산되는데, 기존 원자력 발전소를 유지하고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용 터빈을 각각 500만개, 6만개 설치하고 탄소 포집 및 저장 등 친환경 기술에 투자해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최초 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전경[제공=두산중공업] |
바이든과 두산중공업과의 연결 고리는 '풍력 발전'이다. 두산중공업은 해상 풍력발전을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정하고 2025년까지 연 매출 1조원 규모로 키우키로 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05년부터 풍력기술 개발에 매진해 순수 자체 기술과 실적을 확보한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발전기 제조사다. 현재 제주도와 서해 등 전국에 총 79기, 약 240MW 규모 풍력발전기 공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 60MW, 제주 탐라 해상풍력 30MW 등 96MW에 달하는 국내 해상풍력발전기는 모두 두산중공업 제품이다. 현재 3MW, 5MW 등 해상풍력발전기 모델을 자체 보유하고 있으며, 8MW 대형 신규모델은 2022년 개발 완료 예정이다.
바이든은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한 고효율 주거단지 150만개 건설, 기존 빌딩 400만개와 주거시설 200만개 업그레이드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연료전지 시장의 성장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으로, 두산퓨얼셀도 주목을 받는다.
두산퓨얼셀은 주택과 빌딩에 사용할 수 있는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 2014년 PAFC(인산형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연료전지 업체 클리어에지파워(CEP)를 인수한 뒤 지난해 분할 상장한 기업이다. 확보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3세대 연료전지로 손꼽히는 '한국형 고효율 발전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까지 개발하기로 하면서 연료전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전망이다. 두산퓨얼셀은 2023년까지 724억원을 투자해 발전용 SOFC 셀·스택 제조라인과 SOFC시스템 조립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향후 연료전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두산퓨얼셀은 최근 2023년 매출 목표를 1조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50%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두산중공업] |
반대로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과 원전 사업 전망은 유보적이다.
두산중공업은 LNG복합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간주하고 가스터빈 국산화 후 실증사업을 앞두고 있지만 바이든이 천연가스발전도 향후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할 방침인 만큼, 현재로선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규모 발전설비는 약 1100GW며 이 중 천연가스와 석탄발전 설비가 약 700GW다. 바이든의 공약을 위해서는 천연가스와 석탄발전 설비가 전량 재생에너지로 대체돼야 한다.
최근 미국 수출길을 개척한 소형원전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두산중공업이 지분을 투자한 미국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전(SMR) 모델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심사를 최종 통과하면서 최소 1조5000억원 규모의 수출 가능성을 연 바 있다. 향후 원전에 대한 안전 기준이 강화될 경우 원전 건설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 공약에 따라 두산을 비롯한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해외 매출 확장 기회를 얻었다"며 "다만 진입 장벽이 높은 미국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으로, 실제 매출로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