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추미애(62) 법무부 장관이 꺼내든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 문제 제기가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여야 정쟁만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특활비 사용 내역 관련 감찰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대검과 법무부의 지난 2018년부터 올해 10월까지의 특활비 집행 내역을 비공개 현장 검증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과 법무부의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 현장 검증이 열린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이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2020.11.09 photo@newspim.com |
여야 위원들은 현장검증 결과 정반대 결론을 내놨다. 여당 간사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증을 마치고 취재진들과 만나 "대검 자료는 그 자료가 있긴 했지만 (검찰)청별로만 있는 자료라서 정보로서 가치가 전혀 없는 자료였다"며 "지금 제출한 자료로는 (검찰이 특활비를 제대로 썼는지) 검증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특활비가 예년보다 줄어든 상황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백 의원은 "여전히 서울중앙지검에 가장 많은 사건이 있다는 것은 다 아실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특활비가) 전년대비 절반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특활비 내역은 자료를 제출했으나 비정기적 특활비는 수사 상황 공개 등을 우려해 별도 자료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총장은 국회의 특활비 검증에 최대한 협조하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야당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대검은 그나마 자료를 좀 충실하게 냈고 결론적으로는 서울중앙지검에도 특활비가 제대로 내려가고 있었다"고 여당 문제제기에 맞섰다. 그러면서 "오히려 법무부 교정당국 등에서 일반 경비에 특활비를 사용하는 등 일부 문제가 발견됐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일부 의원들이 직접 나서 구체적인 특활비 집행 내역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측근이 있는 지검에 특활비를 과도하게 배정하는 반면 자신 가족 의혹 등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에는 특활비를 내려보내지 않고 있다는 추 장관과 여당 측 문제제기에 반박하는 차원이다.
실제 전날 검증에 참여한 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에는 전체 검찰 특활비 가운데 16%가 배정돼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전지검 등 윤 총장 측근이 있다고 지목된 검찰청에도 3% 수준의 특활비가 배정되면서 지난해 등과 비교해 뚜렷한 변동이 없었다.
여야가 현장검증에서 이처럼 정반대 결론을 내면서 추 장관이 꺼내든 특활비 논란이 결국 별다른 실익 없이 정치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스핌 DB] |
특히 추미애 장관이 이날 여야 특활비 검증 이후 법무부에는 문제가 없는 반면 윤 총장의 특활비 집행에 대한 감찰은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른바 '윤석열 찍어내기'를 위해 일부러 특활비 문제를 꺼내들었다는 검찰 내부 반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전날 특활비 검증이 끝난 뒤 "이날 법사위 주관 특활비 문서검증에서 추 장관은 예년과는 달리 검찰 특활비를 배정받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이어진 법사위 위원들의 문서검증 및 질의답변을 통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 받았다"며 "향후 검찰총장의 특활비 배정 및 사용 적정성에 관한 법무부 장관의 점검 및 조사 지시에 관해서는 대검 감찰부로부터 신속히 결과를 보고 받는대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은 뿐만 아니라 특활비 배정 방식 변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예산을 받아 대검을 거치지 않고 일선 검찰청에 특활비를 전달하는 방식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법무부가 기획재정부로부터 특활비를 포함한 예산을 받아 이를 대검에 전달하면 대검은 수사상황 등을 고려, 일선 검찰청에 특할비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한편 윤 총장은 특활비 검증 당일 이와 관련한 별다른 공식입장 없이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을 찾아 신임 차장검사 14명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개혁의 방향은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이 되어야 한다"면서 "공정한 검찰은 형사사법절차에서 당사자간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당사자주의, 공판중심 수사구조, 방어권의 철저한 보장 등을 포함하고 국민의 검찰은 검찰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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