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전 세계 제너럴모터스(GM) 사업장 중 한국지엠만 파업했다. 해외 GM 사업장은 코로나19 여파에 일감이 생기면 서로 일을 하는 상황이며 파업할 여력도 없다" 한국지엠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 6일, 9일, 10일까지 5일간 주간조와 야간조 각각 4시간씩 파업했다. 또 이달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파업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지난해 임단협도 7월 노사 상견례 이후 올들어 4월이 돼서야 타결하는 등 한국지엠의 노사 관계는 갈등의 골도 깊고, 임단협 기간도 길어 악명 높다. 임단협을 둔 노사의 갈등이 또 다시 장기화되가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몇일간의 파업으로 사측은 올해 목표인 손익분기점 달성이 물 건너간 것으로 체념하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상반기 6만대 이상의 생산 손실에 이어, 노조 파업으로 인해 약 1만2000대의 추가 손실이 빚어지게 됐다. 하반기들어 보인 수출 회복세도 무색해졌다.
김기락 산업부 차장 |
한국지엠은 코로나19 여파가 큰 미국에 신차를 수출하면서 내심 올해 손익분기점 달성을 기대했다.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GM 공장이 코로나19로 인해 가동 중단과 생산 재개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한국지엠은 생산하는 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올해 출시한 쉐보레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에 대한 미국 소비자 반응이 좋지만 노조 파업에 신차 공급 차질이 생겨 소비자 인도가 길어지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컴플레인은 결국 GM 본사로 들어가 한국지엠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평균 2000만원) ▲조립라인 TC수당 500% 인상 ▲생산장려수당 지급범위 확대 등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기본급 인상 등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조합원 1인당 성과금 등 총 700만원 지급 제안에 이어 전일 추가안으로 코로나 위기 극복 특별격려금 50만원 및 일시금 등 연내 지급을 제시하면서, 기본급 인상 협상은 내년 임금협상에서 재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이 마저도 노조가 거부했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 등은 일자리를 잃는 등 수많은 직장인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이 임금을 조금이라도 올려준다고 하는데도, 한국지엠 노조는 그저 투쟁만을 외치고 있다.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하는 데도 말이다. 한국지엠 노조가 배불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임단협 과정 중인 기아차와 르노삼성차 노조는 파업이 목표가 아니라며 파업을 자제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2018년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아 부도를 겨우 면했다. 이 과정에서 군산공장 폐쇄에 직원 2000여명이 직장을 읽거나 다른 공장으로 재배치되는 등 아픔을 겪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지엠 노조의 파업을 보니 노조가 그 때의 고통을 모두 잊은 것 같다. 한국지엠 노조는 2년 전 그 때를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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