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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이슈] 北 남성에 GOP 뚫렸지만 '경계실패'는 아니라는 軍

기사등록 : 2020-11-1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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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감시장비 운용 제한 있었지만 정상적으로 작전했다"
야당 "전방지역이 군인도 아닌 민간인에게 뚫렸다" 비판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의 20대 남성 1명이 강원도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온 사건에 대해 '군의 경계실패'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군은 "경계실패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GOP(일반 전초)가 북한 남성에게 뚫린 것은 사실인데, 왜 경계실패가 아니라는 것일까.

앞서 군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군은 지난 2일 오후 10시 14분과 10시 22분 GP(소초) TOD(열상감시장비)를 통해 처음으로 이 남성을 포착했다. 남성은 MDL(군사분계선) 일대에 있었는데, 이때는 아직 북측 지역이었다.

[철원=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18년 10월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 GP 앞에서 현지부대 및 132공병 지뢰제거팀이 DMZ 내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2018.10.02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군은 이어 3일 오후 7시 25분경 이 남성이 GOP(일반 전초) 철책을 넘는 것을 다시 포착했지만, 이로부터 약 14시간이 지난 4일 오전 9시 50분경에야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군이 경계작전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북한 남성이 GOP 철책을 넘어 14시간가량이나 우리측 지역에서 군의 감시망을 벗어나 머물렀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이 군에 의해 발견된 지점은 GOP 철책으로부터 1.2km가량 이남 지역이었다. 조금만 더 남성이 아래로 내려갔다면 우리측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까지 도달할 수도 있었다.

[철원=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18년 10월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 GP 앞에서 현지부대 및 132공병 지뢰제거팀이 DMZ 내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2018.10.02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軍 "GOP 월책 포착하자마자 종심 차단…정상적으로 경계작전"

하지만 군은 "경계에는 문제가 없다"며 "정상적으로 작전을 했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4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일 처음 MDL 일대에서 남성을 포착했을 때 다양한 우발상황에 대비해 정보감시형태를 격상하고, DMZ(비무장지대) 수색작전, 비상주 GP 병력투입, 기동 TOD 운용 등 GP와 GOP의 감시를 강화하는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지난 3일 남성이 GOP 철책을 월책하는 것을 포착했을 때는 즉각 GOP 종심 차단 및 봉쇄를 했고 동시에 탐색작전을 전개해서 오늘 GOP 종심 제1봉쇄선 내에서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GOP 경계작전은 크게 철책 전방, GOP 철책 선상, GOP 종심지역에서의 차단작전 등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종심'이란 민간인통제선 북쪽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즉 군은 남성이 GOP 철책을 넘는 것을 포착하자마자 '최후의 보루'인 GOP 종심지역부터 차단하는 정상적인 작전을 전개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철원=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5월 22일 취재진이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 화살머리 고지의 비상주 GP를 살펴보고 있다. 2019.05.22 photo@newspim.com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軍 "해당 지역, 미확인 지뢰지대…종심 차단했기 때문에 야간 작전 안 한 것"

14시간이나 남성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도 해당 지역의 험준한 특성과 야간 시간을 고려했을 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GOP에는 감시장비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 남성은 감시장비가 포착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몸을 숨겼다. 군은 이에 대해 "남성이 몸을 숨기고 발견된 지역은 산악 지대에 나무가 우거진 곳이어서 감시장비의 포착 범위에서 벗어난 곳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관련 질문에 대해 "경계작전을 했던 곳의 지형이 워낙 (감시장비를 가리는) 차폐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그 지역은 미확인 지뢰지대이기 때문에, 아침까지 야간작전은 하지 않았다. (야간에 작전을 하다가) 우군간 교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어차피 종심에서 차단선을 운용했고, 주간에 얼마든지 잡아낼 수 있었기 때문에 야간에 작전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14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성=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2월 13일 오후 강원도 고성 DMZ에서 지난 '9.19군사합의' 이행에 따라 시범 철수된 고성GP가 공개 됐다. 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과 동시에 경계 임무가 시작된 고성GP는 북한 GP와의 거리가 580m 밖에 되지 않는다. 고성GP는 남북이 가장 가까이 대치하던 곳으로 군사적,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통일역사유물로 선정 됐다. 2019.02.13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野 "경계실패 분명한데…軍, 장비 탓하며 변명만"

군의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경계실패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9일 국방위에서 서욱 장관에게 "우리측 전방이 군인도 아닌 민간인에게 뚫릴 만큼 허술한 것이냐"며 "(경계작전에 문제가 없다는 군의 입장이) 궁색하다. 경계가 실패했고 휴전선 뚫리는 결과에 대한 책임여부만 이야기하면 되지, 무슨 변명이 필요하냐. 그냥 군이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끝내는 것이 맞다"고 질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작년 6월 삼척항 목선 귀순으로 동해안이 뚫렸고, 올해 3월에는 제주 해군기지가 민간인에게 뚫리더니 이번에는 최전방 철책선이 '노크 귀순'에 이어 또 다시 허망하게 뚫린 것"이라며 "우리 군은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고, 사후약방문조차 못 내는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다. 만약 무장세력이 넘어왔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특히 군 당국 입장과 달리 사건 발생 당시 감시장비와 과학화경계시스템 운용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군이 경계실패를 해 놓고 장비 탓만 한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군은 앞서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육군의 한 실무 관계자는 "확인 결과 TOD에서 모두 확인을 했고 광망(그물 형태의 센서로 절단하거나 건드릴 경우 경보를 울리는 감지 센서) 자체도 모두 정상적으로 운용이 됐다. 문제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넘어온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suyoung07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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