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하면서 국내 업체들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128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점을 들며 기술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쏟아낸다. 반면 업계는 마이크론의 이번 발표가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 메모리칩 부품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마이크론, 세계 최초 176단 낸드 양산...삼성·SK는?
11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 9일(현지시간) 176단 낸드 메모리 양산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이번 176단 낸드가 기존 96단 낸드에 비해 면적을 30% 줄였음에도 읽기 및 쓰기 시간은 35% 이상 향상됐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 팹에서 대량 생산에 돌입했으며, 점차 이 기술을 활용한 추가 제품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낸드 업계는 미세공정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단층으로 배열하던 셀을 수직으로 적층하는 경쟁이 치열하다. 적층 단수가 많을수록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어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최근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양이 방대해지면서 고용량 낸드에 대한 수요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적층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D 수직 적층 기술을 도입해 24단 3D 낸드를 양산했다. 이후 지속적인 경쟁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128단 낸드를 양산해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 양산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내년 7세대 V낸드 양산 계획을 밝힌 상태다. 구체적인 적층 단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100단 후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176단 4D 낸드를 개발 중이다. 양산 시점은 밝혀진 바 없지만 기술 개발 흐름을 봤을 때 내년쯤에는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2020 2분기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순위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2020.11.05 iamkym@newspim.com |
◆ "적층이 낸드 경쟁력 전부 아냐"...업계 영향 크지 않을 듯
현재 낸드 시장은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으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4~5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이번 발표로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비해 낸드 기술력이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도 마이크론이 앞선 적층 기술력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발표가 낸드 시장 전체를 뒤흔들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낸드 제품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적층 단수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많다는 설명이다. 적층 단수가 많다고 해서 낸드 기술력이 좋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 낸드 시장 흐름상 현재 128단 제품이 주류로 자리 잡는 과정인데, 176단 제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지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를 달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낸드 시장은 신기술이 곧바로 채용되지 않고 검증된 제품이 주류를 차지하는 경향"이라며 "현재 128단 제품도 아직 시장에서 주력으로 자리 잡지 못했는데, 고객사들이 마이크론의 176단 제품을 곧바로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단순히 마이크론의 적층 기술이 국내 기업보다 앞서간다고 해서 낸드 기술력 전체가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적층은 기업 입장에서만 중요한 기준이지, 고객들은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성능과 신뢰성, 가격 등을 보고 제품을 선택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도 업계와 대체로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낸드 적층 기술력은 큰 격차가 없다고 본다"며 "낸드는 적층 단수 외에도 솔루션과 컨트롤러 IC 등 제품 차별화 기술이 많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장 점유율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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