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고(故)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노동존중 사회에 반드시 도달할 것이라는 의지를 갖고 수많은 전태일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전 열사에게 국민훈장 중 1등급에 해당하는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행사에 참석한 전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둘째 동생) 전 국회의원과 전태삼 씨(첫째 동생), 전태리 씨(셋째 동생), 그리고 전 열사의 친구이자 '삼동친목회' 동지인 최종인 씨, 이승철 씨, 임현재 씨, 김영문 씨,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과 환담을 나누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노동존중 사회로 가야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며 "(전 열사) 분신 후 수없이 많은 전태일이 살아났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고(故) 전태일 열사에게 국민훈장 중 1등급에 해당하는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노동계 인사가 무궁화장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전태일 열사의 셋째 동생 전태리, 첫째 동생 전태삼, 문 대통령, 둘째 동생 전옥순, 의장병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20.11.12 noh@newspim.com |
또한 "오늘 전태일 열사에게 드린 훈장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상징적 표현이다. 50년 걸렸다"며 "50년이 지난 늦은 추서이긴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 전태일 열사와 고(故) 이소선 어머니께 훈장(지난 6·10 기념식 때 모란장)을 드릴 수 있어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독학하다가 어려운 국한문혼용체에 한탄하며) '나에게 근로기준법을 가르쳐 줄 대학생 친구 한 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1970년에 저는 고3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노동운동과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에 대해 처음으로 눈을 뜨고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나중에 노동변호사가 됐다"며 "저는 전태일 열사의 부활을 현실과 역사 속에서 느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군사정권에서 끊어졌던 노동운동이 전태일 열사를 통해 되살아났다"며 "전태일 열사가 했던 주장이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다. 하루 14시간-주 80시간 노동이 연 1900시간 노동으로, 하루라도 쉬게 해 달라는 외침이 주 5일제로, '시다공'의 저임금 호소가 최저임금제로 실현됐다. 노동존중사회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발걸음은 더디지만 우리의 의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사진은 국민훈장 무궁화장.[사진=청와대] 20.11.12 noh@newspim.com |
◆ "'내 죽음 헛되이 하지 말라' 전태일, 촛불정부엔 뭐라할까" 질문에 文 "멀었다고 할 듯"
아울러 전 열사의 친구들은 50년 전 전 열사의 분신항거 장면을 떠올리며 고인을 회고했다.
특히 최종인 씨는 "그날 평화시장 국민은행 옆에서 태일이가 불덩어리가 됐을 때 옆에 있었다"며 "근로기준법에 불을 붙이며 태일이가 외쳤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쓰러진 태일이의 불을 잠바(점퍼)로 급히 껐다. 그때 쓰러졌던 태일이가 다시 벌떡 일어나 외쳤습니다. '친구들아, 싸워다오' 하지만 우린 어떻게 할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이어 "오늘까지 50년이 지났고, 우리들은 70이 넘었다"며 "그동안 전태일기념관 하나가 꿈이었는데, 지난해 청계천상가에 세워졌다. (오늘 훈장 추서까지 더해)감격스럽다"고 했다.
이수호 이사장은 "촛불정부가 노동중심사회를 위해 앞장서 주셔서 고맙다"며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한 전태일은 지금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는 '아직 멀었다'고 하시겠지요"라고 답했다.
한편 이번 추서식은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을 맞아 노동인권 개선 활동을 통해 국가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고인의 공로를 되새기고,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실현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지난 3일 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전태일 열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우가 이뤄지도록 하는 영예수여안을 의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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