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잠행'이 20일 이상 길어지고 있다. 80일 전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현지 시찰도 나서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내부 현안은 물론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대미 전략까지 수립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뇌 중일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됐다.
[서울=뉴스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noh@newspim.com |
◆ 김정은, 지난달 열사능 참배 이후 '두문불출'...현장시찰도, 회의도 無
김 위원장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2일로, 당시 중국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중공군 열사능을 참배했다.
김 위원장이 모습을 감춘 기간 동안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진행했고 김 위원장과 친분을 과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신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는 등 거대한 이슈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아무런 반응도 내지 않고 있다. 북한 매체에서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 대신 내부에서 몰두중인 '80일 전투' 성과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본인이 직접 지시한 '80일 전투' 현장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마지막 현장 시찰은 지난달 15일이다. 지난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식에서 인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던 김 위원장은 이날 함경남도 피해복구 현장을 찾아 군과 인민의 노고를 치하했다.
가장 최근인 12일에는 김 위원장 대신 박봉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평안북도를 찾아 80일 전투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올해 중순까지 잦았던 회의도 지난달 6일을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았다. 이후 지난달 20일에는 김 위원장 대신 주요 간부들이 내각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80일 전투성과 수립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
◆ 전문가 "김정은, 대내 현안·대미 전략 고민 중일 것...민감할 필요 없어"
김 위원장의 잠행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내년 초 예정된 제8차 당대회와 차기 미국 정부에 대한 전략 수립에 몰두 중일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대북정책을 수립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북한이 취할 노선과 대미 협상책 등에 대해 보고를 받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고뇌하고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대내문제는 물론 대외 전략까지 종합적으로 고민 중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 센터장은 "김 위원장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기를 내심 바랐겠지만 바이든이 당선된 상황에서 이후의 행보에 대해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또 "내년 1월 초 8차 당대회도 앞두고 있는데 이날 발표할 결정서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정서에는 대내용 메시지는 물론 새롭게 내세울 5개년 계획도 담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뿐만 아니라 대미, 대남 메시지를 어떻게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문 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잠행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며칠 두문불출한다고 신변에 이상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우리가 김 위원장의 침묵에 휘둘릴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역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2일 "통계 기준으로 김 위원장이 20일 이상 미공개 행보를 보인 사례가 수차례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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