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정부가 국적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딜'을 공식화했다. 악화일로를 걷던 항공업 재편을 위해 양사를 통합 후 글로벌 10대 항공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
이를 위해 채권단 산업은행은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해 연내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최종 인수·합병까지는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한진칼 최대 주주인 3자 연합의 강력 반발부터 아시아나항공 증손회사 이슈, 공정위 독과점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전경 [사진=뉴스핌DB] |
◆증손회사 어쩌나…인수냐 매각이냐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먼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로 등극할 경우 증손회사 이슈가 불거질 전망이다.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44%) 및 아시아나IDT(76%) 등의 지배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현행 공쟁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2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현 인수조건이 유지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이후 에어부산 지분 56%를 2년 이내 추가 매입하거나 매각해야만 한다.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IDT 등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분을 매입할 경우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해 부담이 크다. 이미 많은 돈을 인수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매각도 난항이 예상된다. 저가항공사(LCC) 업황도 좋지 않아 마땅한 인수 주체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 후 2년의 기한 내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처분하지 못할 경우 막대한 과징금을 맞게 될 것"이라며 "문제는 두 대형 항공사 통합과 LCC 재편도 예상돼 자회사들의 적절한 처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KGGI, 산은에 법적대응 예고
산은의 한진칼 자금 투입 과정도 상당한 난관이 있을 수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한진칼에 대한 산업은행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고 기존 한진칼 투자자들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등의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6%를 확보하게 되는데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한진칼 상황을 감안할 때 조원태 회장에 우호적인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강 대표는 "산은의 자금 선집행이라는 유례 없는 지원은 조 회장이 한진칼 경영권 방어는 물론 돈 한푼 내지 않고 무자본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해 세계 7대 항공그룹의 회장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산은 경영진은 조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적극 나서는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산은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현 경영진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3자 연합 및 기타 주주와도 의견을 같이 할 수 있다"고 했다.
◆노조 반발, 공정위 이슈도 난관
노조의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도 관건이다. 산은은 한진그룹과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하지만 직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전날 "노동자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며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통해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 여부도 걸림돌이다. 두 회사를 합치면 국내선 기준 수송객 점유율은 62.5%다. 사실상 독과점에 해당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으로 시장에서 독점적·지배적인 사업자가 탄생해 가격이 올라갈 압력이 상당하다고 판단하면 합병 자체를 불허하기도 한다.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도 받아야 한다는 점은 변수다. 공정위가 승인하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이 있는 외국에서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두 회사의 합병 자체가 무산된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산되는 항공사 통합이라는 글로벌 트렌드라는 생각이 든다"며 "다만 넘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아 실제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