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내년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업무를 분담해야 할 공무원 대다수가 자치경찰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10명 중 8명은 자치경찰제를 잘 모른다고 답했다.
19일 경찰청공무원노동조합이 경찰청 소속 공무원을 제외한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 공무원 7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치경찰제를 들어봤지만 잘 모른다'는 응답이 444명으로 59.4%에 달했다. '자치경찰제를 들어본 적도 없고 잘 모른다'는 응답도 132명(17.6%)으로 집계됐다. 공무원 77%가 자치경찰제에 대해 잘 모른다는 반응이다.
반면 '자치경찰제를 들어봤고 자치경찰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안다'고 답한 공무원은 172명(23%)에 그쳤다. 생활안전, 민생치안 등 업무가 이관되면서 공무원들은 자치경찰과 협업이 불가피하지만 도입이 임박했음에도 자치경찰에 대한 이해도가 사실상 전무한 것이다.
자치경찰은 국가경찰과 별개로 지역 밀착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사와 경비, 외사 등을 맡는 국가경찰과 달리 지역경찰은 교통과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보호, 지역경비 등을 책임진다.
문재인 정부는 지역 치안 서비스 제고와 함께 수사권 조정 이후 비대해지는 경찰 권력을 분산하고자 자치경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며 빠르면 내년 초 자치경찰제가 전국에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자치경찰제를 바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기상조라는 의견은 팽팽히 맞섰다. 공무원 300명(40.1%)은 자치경찰제를 지금 당장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시기상조라는 응답도 292명(39%)이었다. 지차경찰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공무원도 156명(20.9%)이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자료=경찰청공무원노동조합] 2020.11.19 ace@newspim.com |
자치경찰 도입 모델과 관련한 지지도는 비슷했다.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을 분리하는 이원화 모델이 적합하다는 응답은 360명(48.1%),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을 한 지붕에 두는 일원화 모델이 적합하다는 응답은 388명(51.9%)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찰관들이 이원화 모델을 지지하는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경찰관 9285명을 대상으로 자치경찰제 도입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13.6%만이 일원화 모델에 찬성했다. 응답자의 64.8%는 지방경찰청과 자치경찰본부를 분리하는 이원화 모델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일선 경찰관들이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일원화 모델을 반대하는 이유는 자칫 지자체 업무까지 떠맡을 수 있고 이것이 치안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위급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다.
공무원들은 자치경찰제를 도입할 때 치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519명(69.4%)은 주민 생활 밀착형 치안 서비스 제공을 1순위로 꼽았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15.5%),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 국가 권력 분권(15.1%)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한 기대효과는 컸다. 국가경찰과 독립적인 자치경찰 활동이 치안 발전에 보탬이 된다고 보냐는 질문에 192명(25.7%)은 '매우 그렇다', 228명(30.5%)은 '그렇다'고 각각 답했다. '그렇지 않다'와 '전혀 아니다'라고 답한 공무원은 각각 110명(14.7%)과 60명(8%)으로 나타났다.
자치경찰이 재난과 안전사고 등 위험요인 관리에 집중하면 치안이 나아진다고 보냐는 물음에는 172명(23%)이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226명(35.6%)은 '그렇다'고 응답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와 '전혀 아니다'라는 응답은 각각 114명(15.2%)과 49명(6.6%)으로 집계됐다.
신쌍수 경찰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정부 재정 악화로 수조원이 추가되는 이원화 모델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자 정부는 급작스럽게 일원화 모델로 내세우고 이원화보다 훨씬 우리나라에 적합하다고 주장한다"며 "정부는 국민을 위한 치안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치경찰제의 빠른 시행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완성도 있는 자치경찰제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