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6% 인상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은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만 인상하는 것은 차별이고 논의 과정에서 내·외국인 학생들 사이에 갈등까지 조장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등록금 인상분을 모두 외국인 유학생들 복지 및 장학금으로 사용한다는 설명이지만 정작 구체적인 사용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전날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개최하고 2021학년도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6% 인상안을 최종 확정했다. 학생 측 등심위원 4명은 모두 안건에 반대했으나 학교 측 등심위원 4명, 학교가 위촉한 외부위원 1명이 찬성해 최종 가결됐다.
한국외국어대학교(HUFS)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관련 김인철 총장을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구성원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사진=한국외국어대학교] |
이에 따라 한국외대 외국인 유학생은 내년부터 등록금 21~27만원을 더 내야 한다. 전체 등록금 인상분은 약 6억4400만원이다.
학교 측 등심위원은 "외국인 학생들에게 투자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오른 등록금은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년 동안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동결하다 한번에 6%를 인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물가상승률이 매해 2% 정도였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외대는 등록금 인상분 중 약 1억7700만원을 외국인 종합지원센터 연구원 1명과 계약직 4~5명을 채용하는 데 배정했을 뿐 차액인 약 4억6700만원에 대한 사용 계획은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더구나 학교 측 등심위원이 등심위에서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내국인 학생들이 피해를 받는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학생들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학생들은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만 인상하는 것은 차별이며, 사전 소통 없이 등심위 개최 이틀 전 등록금 인상안을 상정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측은 "구두로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사용한다고 하지만 정작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문서로 받은 적이 없다"며 "학교가 외국인 학생들 등록금을 올리지 않으면 내국인 학생들이 고통 받는다는 식으로 얘기해 정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6% 요율에 대해서도 "3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한 이유는 매해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며 "이제 와서 한 번에 올린다면 몇 년마다 한 번씩 기회를 보고 올리겠다는 취지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건이 상정된다는 것을 이틀 전에 알려줬다"며 "자료를 충분히 심의하거나 무엇을 요구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유학생들 반발도 크다"며 "다른 방법을 찾지 않고 등록금 인상을 강행한 것은 학생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등록금 인상분을 모두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만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등록금을 올린 것은 재정이 어려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며 "외국인 유학생들 복지 및 장학금 확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