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 외국인 이주 노동자 A씨는 최근 직장에서 차별을 경험했다. A씨는 마스크를 안 쓰고 작업하자 '일하지 마. 나가'라는 말을 들은 반면 똑같이 마스크를 안 쓴 한국인 동료는 지적을 받지 않았다. 기숙사에서도 A씨는 외출금지 통보를 받았지만 한국인 동료는 기숙사를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심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공개한 '코로나19와 이주민 인권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민 10명 중 6명(60.3%)은 코로나19 관련 일상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전국이주인권단체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고용허가제 기간 만료자에 대한 취업활동 허용 촉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한 외국인 근로자가 발언하고 있다. 2020.10.08 pangbin@newspim.com |
외국인 이주민들은 대중교통이나 식당, 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을 비롯해 길거리에서 출입금지 및 이용 제한과 같은 차별을 당했다고 답했다. 중국인 A씨는 동네마트를 이용하던 중 쫓겨났다고 했으며, 또 다른 중국인 B씨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중국인에 대한 적대적 발언도 심각했다.
직장과 의료기관, 행정기관,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도 차별을 당했다. 외국인이란 이유로 병원에서 바로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직장에서 한국 동료와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주민 절반(53%)은 코로나19 이후 의료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무슬림인 한 외국인 이주민은 히잡이 강제로 벗겨지기까지 했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외국인이주노동협의회는 "코로나19 이후 중국인을 비롯한 이주민에 대한 대중의 적대적인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며 "이들은 일상에서의 차별과 혐오를 더욱 심각하게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차별뿐만 아니라 경제적 피해도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이주민들을 짓누르는 어려움이었다. 외국인 이주민 67.5%는 소득 감소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직장이 문을 닫아 해고를 당하거나 일감이 줄어들어 휴업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절반은 월 소득이 50만원 넘게 줄었다고 답했다. 월 소득이 100만원 이상 감소했다는 응답자도 25.2%에 달했다. 이들은 지인이나 신용카드, 대출 등의 방법으로 생활비를 마련했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이주민들이 정부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73.8%는 정책·제도상으로 차별을 받았다고 답했다.
아울러 응답자 30.8%는 정부가 한국인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또 29.8%는 정부가 보내는 긴급재난문자를 받지만 한국어로 적혀 있어서 이해가 어려웠다고 했다. 16.6%는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해야 살 수 있는 공적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코로나19와 이주민 인권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 [자료=국가인권위원회] 2020.11.27 ace@newspim.com |
개학 연기와 온라인 수업 등 자녀 교육도 외국인 이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응답자의 55.2%는 코로나19로 자녀 돌봄이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특히 23.4%는 온라인 개학 적응이 어렵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에 ▲마스크 지원 및 무료 진료 ▲무급 휴직 지원·실업급여·일자리·학비 감면·유치원 보조금·긴급재해지원금 등 지급 ▲외국인을 위한 정보 제공 ▲단기비자 소비자 의료 지원 등을 요청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공적마스크·재난지원금 등의 제도와 정책에서 배제되거나 일상에서의 차별과 혐오가 심해지는 등 재난 상황에서 이주민의 인권이 더 취약해지는 사례들이 발생했다"며 "이주민 인권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지난 5~6월 부산 거주 이주민 333명과 7~8월 서울 및 경기 거주 이주민 307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이번 이주민 인권 실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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