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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삼성 준법감시위' 첫 평가…檢 반발로 결심공판 연기

기사등록 : 2020-12-0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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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마련 자체는 긍정 평가…실효성·지속성 평가는 엇갈려
검찰, '졸속 진행'에 항의…21일 결심공판 30일로 미뤄져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의 전문심리위원들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첫 점검 결과를 내놨다. 다만 검찰이 절차 진행에 강한 이의를 제기하면서 오는 21일 마무리 예정이었던 결심공판은 미뤄지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7일 이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차장, 황성수 전 전무에 대한 파기환송심 8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전문심리위원들은 지난달 자료 및 면담조사를 통해 각자 판단한 준법감시위 활동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위원들은 제도 마련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지속 가능성이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07 pangbin@newspim.com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 주심이자 재판부가 지정한 심리위원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준법감시 조직의 위상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인력을 강화한 사실이 있었고, 내·외부 제보 시스템을 강화해 제보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상당히 폭넓은 준법감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고, 위원회가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일상적인 준법감시에 더해 대외 후원금에 초점이 맞춰져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선제적 예방활동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형사사건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과 관련해서는 준법감시 사실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임원 조사도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 최고 경영진 감시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검 측 추천 위원인 홍순탁 회계사는 "준법감시위 조직을 포함한 준법감시제도가 지속 가능한지 확신할 수 없었다"는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준법감시위는 모니터링 체계 수립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고경영진이 검찰 기소까지 됐는데도 준법감시위는 확인도 하지 않았다. 사실관계 확인 및 보고-인사조치 검토-대책 수립이 최고 경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준법감시위의 권고를 관계사에 강제할 수 없고, 경영권 승계 사건 관련해 위법성이 인지되는 삼성물산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은 것 등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하는 항목들이었다"며 "준법감시위 탈퇴는 관계사 단독 서면으로도 가능한 점, 예산배정 중단이나 사무국 보직전환 등을 막을 수 없는 등을 고려하면 지속가능한지 의문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점검했음에도 대부분 미비하다는 게 현재 시점에서의 삼성 준법감시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학선 기자 yooksa@

변호인 측 추천위원이었던 김경수 변호사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준법감시위가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준법감시위 출범은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로 보이고 진일보한 것은 틀림없다"며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고 계속된다면 위원회 지속 가능성도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변호사 역시 경영진의 준법의지에 따라 제도 운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은 총수의 준법의지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준법 경영에 대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견을 추가하고 보완해서 최종보고서를 오는 9일까지 제출해주시길 바란다"며 "특검과 변호인, 피고인, 전문심리위원 3분 모두가 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을 동의한다고 하면 향후 서울고법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보고서 공개 가능성을 밝혔다.

한편 이날 검찰이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가 급박하게 진행됐다는 이유를 들어 항의하면서 오는 21일 진행 예정이었던 결심 공판은 30일로 미뤄지게 됐다.

특검 측은 "준법감시위는 피고인들 스스로 만든 제도가 아니라 재판장님이 거듭 요구해서 만든 제도인데 평가사항 16~18개 문항 중 8시간 동안 2~3개 문항에 대해서만 면담 평가가 이뤄졌을 뿐"이라며 "재판 때마다 점검 결과가 나오면 미흡한 게 있는지 추가 평가 필요성에 대해 말해달라고 했고 지난 공판에서도 그렇게 말했는데 곧바로 결심하겠다는 건 결론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여러 차례 말했듯 준법감시위는 여러 양형조건 중 범죄 후의 정황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이것만 가지고 심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특검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21일에는 결심을 진행하지 않고, 양측의 의견을 들은 뒤 30일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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