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원료 수송을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주가에 청신호가 켜졌다.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도입까지 가시화되면서 대한항공의 실적을 견인한 화물사업이 호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93%(1050원) 상승한 2만7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기도 했으나 백신 원료 수송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폭을 키워나갔다. 대한항공의 주가는 백신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지난달(11월 2일 기준) 이후 38% 급등했다.
암스테르담 행 KE925편에 탑재되고 있는 코로나 백신 원료 모습 [사진=대한항공] |
이날 대한항공은 지난 8일 KE925편 인천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 여객기로 컨테이너와 드라이아이스를 포함한 코로나19 백신 원료를 수송했다고 밝혔다. 국내 항공사 중 코로나19 백신 원료를 수송한 것은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항공화물로 의약품을 운송할 수 있는 국제표준인증(CEIV Pharma)을 취득했다. 또 지난 9월부터는 백신수송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백신 운송에 대비해왔다.
여기에 정부가 4400만명분에 해당하는 코로나19 해외개발 백신을 확보했으며, 내년 1분기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항공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화물특수에 힘입어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대한항공의 수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이자(Pfizer)를 시작으로 다른 빅파마들의 코로나19 백신도 각국에서 긴급승인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화물호조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대한항공과 같이 화물기를 운용하고 'CEIV Pharma' 인증을 받은 극소수의 항공사에 수혜가 집중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잇따른 희소식에 대한항공의 주가는 이미 증권사가 제시한 적정주가도 뛰어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대한항공에 대한 증권사들의 적정주가는 2만6714원이다.
다만 주가가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 소식과 맞물리면서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신중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객부문 수요가 여전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11월 전국공항 국제선 여객은 지난해 동기 대비 97% 감소한 반면, 국내선은 2% 증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12월부터 국내선 여객 수요가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686명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객수요 정상화까지 오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아 대한항공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주가와의 괴리가 높다고 판단된다"며 "백신 개발 소식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소식으로 단기 급등한 주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 수송이 이제 막 가시화한 만큼 당장 이에 따른 항공화물 부문의 수익성 증가를 기대하기에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부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들여오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없기 때문에 백신 수송이 본격화돼야 실적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백신을 수송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단계에 있으며 백신 도입에 따른 매출 효과를 논의하기엔 이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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