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농협금융지주가 차기회장 1차 후보군을 확정한 가운데 관료 출신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최근 금융권 안팎에선 '관피아' 논란이 거세지만, 그럼에도 조직 특성상 관료 출신이 선택받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배경에는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주도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자리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 8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롱리스트 명단을 확정했다. 12월 11일 2차 회의를 포함해 앞으로 2~3차례 회의를 추가로 열고 후보를 좁혀갈 예정이다.
농협금융은 예상보다 이르게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개시했다. 앞서 김광수 전임 회장이 은행연합회 회장을 맡게되면서 내년 4월까지 맡을 예정이었던 지주 회장직을 내려놓게 됐기 때문이다. 임추위원들은 내년 1월 6일 전까지 최종 후보자 1인을 가려내야 한다.
농협 지배구조 [자료 캡쳐=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농협 경제사업활성화 평가] 2020.12.09 lovus23@newspim.com |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에 이성희 중앙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회장은 임추위에 포함되어 있진 않지만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100% 갖고 있는 단일 주주로 의사결정권한을 갖고 있다. 또한 농협중앙회장은 190개의 지역사무소와 지역조직을 거느리고 있으며 224만5000명의 농업인들을 대표하는 상징성 또한 크다.
더욱이 차입금 문제 역시 독립적인 회장 선출의 발목을 잡는다. 농협금융은 사업구조 개편에 필요한 필요 자본금 총 26조4300억원 가운데 정부가 5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로부터 현물출자 방식으로 1조원. 농업금융채권 발행에 대한 이자 지원으로 4조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현물출자가 불가능해지자 5조원 금융채에 대한 이자 보전(상한 1조원)을 통해 지원하기로 한다.
정부의 지원을 통해 마련된 자금 중 15조3500억원은 농협금융에 투입됐다. 농협금융은 중앙회에 배당금을 지급함으로써 이를 상환해야 하는 구조지만 2017년부터 성과 부진으로 배당 지출은 저조한 상황이다. 중앙회의 영향력이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당시 이 회장은 감사위원장으로서 신경분리 작업 전반을 감독해 이러한 조직의 현황과 체질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농협금융이 정부 자금을 기반으로 출범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결국 차기 회장 자격 요건으로 정부와의 소통능력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SMA) 협상 대표,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이 차기 회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라있다.
실제로 이들은 모두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 출신이다. 임승태 전 위원(23회 행정고시 출신)은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정책국장 자리까지 맡은 뒤 금융위원회에서 상임위원을 지냈다. 정은보 협상대표(28회 행시 출신)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진웅섭(28회 행시 출신) 전 원장은 재정경제부 장관비서관과 공보과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경제정책 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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