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헤지펀드를 필두로 외환시장의 투기 세력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를 동원해 8년래 최대 규모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월가의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른바 달러 캐리가 상당한 수익률을 제공할 가능성을 강하게 점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장기 제로금리 정책에 달러화 약세 흐름이 2021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달러화 자금을 동원해 신흥국 통화를 매입하는 전략에 뭉칫돈이 몰릴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이후 헤지펀드 업계의 달러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이 6.7%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2년 1분기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지구촌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캐리 트레이드로 수익률을 창출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대한 기대감이 번지면서 신흥국 통화가 큰 폭으로 뛴 데 따라 투기 세력들이 전통적인 기법으로 모처럼 '단맛'을 본 셈이다.
캐리 트레이드는 이자율이 낮은 지역의 통화로 자금을 조달한 뒤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통화나 관련 자산을 매입해 스프레드에 기반한 수익률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지속한 가운데 신흥국 통화가 경기 회복 기대감을 앞세워 랠리하면서 8년래 최대 수익률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4분기 이후 달러화를 차입해 남아공 랜드화를 매입하는 전략이 16%에 달하는 단기 고수익률을 제공했고, 콜롬비아 페소화에서도 11%의 수익률이 발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달러화는 팬데믹 사태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지난 3월 고점에서 최근까지 13% 폭락했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연준이 제로금리 정책을 부활시킨 데다 대규모 자산 매입으로 유동성을 공급했고, 시장금리가 바닥권에 머물면서 발생한 결과다.
일부 투자자들이 달러화의 단기 낙폭과 하락 베팅이 지나치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는 약달러에 크게 무게를 두는 움직임이다.
씨티그룹이 내년 달러화의 25% 폭락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이코노미스트들이 연이어 약달러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달러화가 내년에도 하락 압박을 받는 한편 신흥국 통화와 주식은 강세 흐름을 연출할 전망이다. 백신 공급에 따른 실물경기 회복이 미국보다 강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알레시오 데 롱기스 인베스코 전략적 자산 배분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내년 신흥국 통화와 자산의 아웃퍼폼이 확실시된다"며 4분기 이후 인도 루피화와 콜롬비아 페소화를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대비 시장금리의 스프레드가 크고, 밸류에이션 매력을 겸비한 통화를 매입하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이 특히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줄 전망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인베스코는 달러화에 중립적인 포지션을 취했고,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매수 전략을 동원했지만 최근 급선회한 모습이다.
이 밖에 자산운용사도 흡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내년 달러 캐리가 큰 장을 형성할 가능성을 겨냥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외환 헤드는 최근 투자 보고서를 내고 "백신 공급이 단시일 안에 집단 면역을 형성하거나 연준의 금리인상 및 자산 매입 축소를 초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달러화의 약세 전망에 힘을 실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도 "내년 외환시장 뿐 아니라 자산시장의 움직임이 약달러를 근간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경고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투기 세력을 중심으로 달러화 하락 베팅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숏 커버링이 전개될 경우 외환시장이 급반전을 나타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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