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20년은 주식시장 역사에 남을만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공포로 폭락했던 주식시장은 가파른 회복을 넘어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공포와 바닥 시점에 주식을 대량 매수한 주체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였습니다. 이들은 넘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대거 주식을 쓸어담아 상당한 투자성과를 얻었습니다. 이제는 공매도, 주식양도세 등과 같은 주식 관련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로도 부상했습니다. 위태롭게 증가하는 신용거래, 공모주 투자 열풍, 바이오를 비롯한 일부 섹터의 초급등 현상, 급증하는 초단타 매매 등 '과열'에 대한 경고도 계속되고 있지만 시장의 상승 추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핌은 2020년 주식시장에 나타났던 새로운 풍속도와 함께 2021년 시장 전망을 짚어봤습니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코스피가 3000선 고지를 넘볼 정도로 투자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던 2020년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거웠던 테마는 단연 바이오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아서다. 그만큼 백신을 향한 갈증은 컸고, 바이오주 몸값은 자연스레 높아져만 갔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전체 주가 상승률 최상위 종목 10개 중에서 8개가 제약·의료기기 등 바이오주였다. △신풍제약우 △신풍제약 △진매트릭스 △이엔드디(非) △엑세스바이오 △멕아이씨에스 △진원생명과학 △휴마시스 △엘앤케이바이오 △오킨스전자(非) 순이다.
1위를 차지한 신풍제약우는 해당 기간 동안 무려 1913.42% 폭등했다. 5960원이었던 주가가 12만원까지 치솟은 것이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전체 종목 주가 상승률이 각각 30.2%, 35.3%였던 점을 고려하면 급등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구체적으로 최상위권 바이오주 8개 종목의 작년 한해 주가 상승률은 △신풍제약우(1913.42%) △신풍제약(1564.36%) △진매트릭스(1164.15%) △엑세스바이오(943.69%) △멕아이씨에스(874.26%) △진원생명과학(871.40%) △휴마시스(582.73%) △엘앤케이바이오(567.53%)다.
바이오주의 강세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지표는 'KRX헬스케어' 지수다. 국내 바이오 분야 대표 종목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 지수는 작년 초 2905.58 수준이었지만, 연말 기준 5515.34까지 올랐다. 무려 89.8%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32.1% 올랐다.
해외 바이오주를 향한 투심도 높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시장 순매수 결제금액 상위 50개 종목에서 바이오 업체인 모더나와 슈로딩거가 각각 24위와 29위를 차지했다. 바이오 ETF인 아크 지노믹 레볼루션 멀티섹터도 35위를 차지했다. 스타벅스(39위)보다 높은 수치였다.
중국 주식시장에서는 바이오 업체인 항서제약(JIANGSU HENGRUI MEDICINE CO LTD)이 2위를 차지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1년간 5716만달러(한화 620억원) 규모의 항서제약 주식을 순매수했다. 항서제약은 중국 제약사 중 가장 많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업체다.
그러나 투자 과열에 따른 역효과도 분명 존재했다. 명확한 실적과 성과가 아닌 막연한 기대감에 따른 '묻지마 투자'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상당수 바이오주에서 오버 밸류에이션(평가가치가 실제 가치를 넘어서는 현상) 현상이 잇따랐다.
실제 작년 주가상승률 최상위권을 차지한 신풍제약 시가총액은 6조5701억원에 달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중 43위다. 그러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3억원에 불과하다. 주가 고평가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은 3444.44배다.
증권업계서는 신중한 투자를 권고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상용화가 눈앞까지 다가온 만큼 바이오주를 향한 투자열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엔 모더나에서 국내 바이오 업계에 백신 위탁생산 협력을 요청했다는 소식마저 전해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수혜주 물색에 열을 올린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모더나 백신이 국내 위탁생산 된다는 이야기에 상당수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국내 바이오 업체의 공장가동률, 생산규모(capa) 등을 분석하며 투자에 나선 상황"이라며 "일종의 보물찾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백신만 가지고 바이오 산업의 가치를 해석하는 것은 근시안적 태도"라면서 "바이오 산업은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산업이라는 점과 주가수익률 차원에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을 나눠서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