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애경산업 임직원들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를 비롯해 납품업체인 이마트 및 필러물산 임직원 등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물질 사용이 피해자들에 대한 폐 질환·천식을 발생시켰다거나 악화시켰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예용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질병관리본부의 2011년 가습기메이트(CMIT/MIT) 독성실험 적정성'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01 mironj19@newspim.com |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이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피해자들의 사망 혹은 상해의 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어마어마한 피해를 발생시킨 사회적 참사로 인식되고 있으며 피해를 바라보는 심정이 안타깝고 착잡하기 그지없다"면서도 "2년 넘게 심리한 결과 CMIT·MIT 성분은 유죄 판결이 확정된 옥시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성분과 많은 차이가 있고 재판부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연구 결과로 형사사법 근본원칙 내에서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판단 근거로는 "동물실험, 역학조사, 임상사례, 세포실험, 빅데이터 등 실험 및 연구결과와 실험에 참여한 교수 등 전문가의 법정진술을 종합해보면 동물의 비강이나 후두에서 염증이 관찰된 적은 있지만 폐 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결국 현재까지는 CMIT·MIT 성분이 폐 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대해 "법원은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기업 책임자들과 건강 피해에 대한 원료공급업체의 형사책임을 모두 부정했다"며 "항소를 제기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SK케미칼·애경산업 임원들을 고발하면서 재수사에 착수했고 수사 끝에 홍 전 대표 등 관련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SK케미칼은 하청업체 필러물산을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인체 유해 성분인 CMIT·MIT 등을 원료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제조했다.
애경산업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SK케미칼로부터 해당 제품을 납품받아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고 이마트는 애경산업으로부터 이를 납품받아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이플러스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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