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 학교가 포함되면서 교육계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중대재해법이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등 원안보다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어 '누더기' 신세로 전락했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상황 속에서 학교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여부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학교는 중대시민재해 대상 기관에서는 제외됐지만, 중대산업재해 대상에는 포함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산업재해나 대형사고가 났을 때 기업과 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법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64표, 반대 44표, 기권 58표로 통과되고 있다. 2021.01.08 leehs@newspim.com |
중대재해법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한 주의·감시 의무를 강화시켜 사업장에서 소홀할 수 있는 안전에 대한 책임 범위를 확대하는 취지를 반영했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등의 이용자에게 발생한 재해를, 중대산업재해는 사업장 근로자에 대해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애초 학교는 중대시민재해 적용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었지만, 운동장이나 강당 등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학교가 개방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적용 대상에서는 최종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무 부처인 교육부가 관련 의견을 논의 과정에서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중대산업재해에 학교가 포함되면서 '학교장'도 처벌을 받을 수 있느냐에 있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장 종사자에게 발생한 중대재해로 1명 이상 사망,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 2명이 발생하면 해당 기관장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 교사를 비롯해 교직원, 교육공무직 등 학교 관계자가 중대재해를 입을 경우에도 기관장이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학교급식시설, 수학여행 등 학교에서 추진하는 모든 사업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 포함되며, 사고 발생시 형사적 책임까지 관련 기관장이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 학교 측의 우려다.
이와 관련해 학교장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초등학교·중등교장협의회 등은 입장문을 통해 "학교 종사자를 마치 인명을 경시하고 노동자의 인권을 중시하지 않는 집단으로 오인하게 해 공교육 불신을 조장하게 한다"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에서 학교가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직원 채용권과 근무여건을 위한 시설 투자를 위한 실질적 예산권을 학교장이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소규모 공사는 학교장 권한으로 실시하도록 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작은 공사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최근 학교장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교장을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교장의 책임은 최소화하는 구문을 시행령에 넣는 방향으로 교육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회는 중대재해법은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공공기관이 모두 편입되면서 학교가 포함된 것으로 시행령으로 학교만 제외하는 것은 모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안전을 중요시하겠다는)시대적 흐름을 반영했기 때문에 특정 집단을 타겟으로 한 법은 아니다"며 "법이 포괄하는 범위가 넓어 향후 시행령이나 판례 등으로 적용 대상을 특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법만으로는 대표이사의 안전의무 준수가 한게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를 경시한 기관이나 기업의 대표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처벌은 경합범(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는 규정)으로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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