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가 기존 노선대로 착공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개발원(KDI)이 민자적격성 분석을 다시 진행했지만 또 '부적격'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GTX-B 노선의 사업성이 부족해 민간사업자 유치에 실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노선을 변경할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거쳐야 해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진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1.13 sungsoo@newspim.com |
◆ 민자적격성 또 '부적격'에 국토부 고민…"기재부 협의해야"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가 GTX-B에 대한 민자적격성 조사를 다시 진행한 결과 수익형 민자사업(BTO), 위험분담형 수익형 민자사업(BTO-rs), 손익공유형(BTO-a) 방식 모두 '부적격'으로 나왔다.
작년 7월 '부적격' 결과가 나와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다시 민자적격성 조사를 진행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세 방식 중 민간이 부담하는 위험이 가장 큰 방식은 BTO며, 그 다음으로 BTO-rs가 적고, BTO-a가 가장 적다.
BTO는 민간이 시설을 건설하고 소유권을 정부에 이전하며, 시설 운영권을 일정 기간동안 가지면서 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방식을 말한다. 건설(Build), 이전(Transfer), 운영(Operate) 순으로 이뤄진다고 해서 BTO 사업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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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사업자가 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건설에 들어간 비용과 사업수익을 직접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이 클 수 있지만 반대로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건설사로서는 자금 여유가 많아도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쉽게 BTO 방식의 사업을 하기 어렵다.
BTO-rs는 정부와 민자사업자가 수익과 손해를 반반씩 나누는 방식이다. BTO-a는 정부가 전체 민간 투자금액의 70%에 대해 원리금 상환액을 보전해 주고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공유하는 방식이다. 손실이 일정 부분 이상 발생하면 재정이 지원된다.
세 방식 중 가장 위험도가 낮은 BTO-a마저 부적격으로 나온 만큼 국토부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국토부는 작년 민자적격성 조사를 마친 후 민간투자대상사업 지정 및 기본계획 고시를 하고, 올해 우선협상대상자 및 사업시행자 지정, 실시설계를 거쳐 내년 6월 착공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민자적격성 조사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어 사업이 일정보다 계속 밀리는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는 4월 말까지 GTX-B의 기본계획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다만 GTX-B의 사업방식을 어떻게 할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1~2월 중으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수익성 저조해 민자유치 실패할 수도…노선변경 불가피"
업계에서는 GTX-B가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 예견된 결과였다는 반응도 나온다. GTX-B는 앞선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분석(B/C)이 1을 간신히 넘길 정도로 수익성이 낮았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B/C가 1 이상이면 경제성을 확보한 것으로, AHP(계층화분석법)가 0.5 이상이면 사업시행의 타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한다. AHP는 경제성·정책성·재무성 등 4개 분야 16개 세부항목에 대해 실시하는 종합평가다.
지난 2019년 10월 나온 GTX-B 예타 보고서에 따르면 GTX-B의 B/C는 0.97~1.0로 나왔으며, AHP는 0.516~0.540로 조사됐다.
또한 GTX-B는 강남을 지나지 않아서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GTX-B는 인천 송도~인천시청~부평~부천종합운동장~신도림~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망우~별내~평내호평~마석을 잇는 선으로 연장 80.1㎞ 구간이다.
GTX-B는 GTX-A·C와 달리 강남을 지나지 않는다. 만약 국토부가 GTX-B를 GTX-A와 C처럼 BTO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민간사업자가 시설 운영의 수익과 위험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이 방식으로라면 정부가 GTX-B 민간사업자를 모집해도 아무도 안 들어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철도노선 중에도 정부가 민간사업자 유치에 실패해 재정사업으로 바꾼 경우가 있다. 서울시 경전철 우이신설 연장선, 난곡선, 면목선, 목동선과 위례신도시에 들어설 트램 위례선이 이에 해당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GTX-B는 노선 자체가 사업성을 낮게 보기 때문에 국토부가 사업 방식을 바꾼다고 해도 민간사업자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 경우 정부는 공기업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GTX-B 사업을 하도록 유도하겠지만 코레일도 자금이 부족해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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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코레일은 3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코레일은 ▲2017년(-4699억1200만원) ▲2018년(-339억400만원) ▲2019년(-1083억400만원)으로 3년째 영업손실을 지속했다. 작년 반기 영업손실 규모는 5813억6100만원으로 집계됐다.
GTX-B는 사업비가 5조9038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민자가 부담할 액수는 3조3935억원이며 국비 1조8316억원, 시비 1406억9000만원, 기타 5380억1000만원 등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GTX-B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노선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만 이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거쳐야 해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GTX-B의 사업수요를 확충하기 위해서 정부가 노선 변경을 비롯한 다른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이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수는 있지만 아직 무산됐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남양주에서 왕숙지구, 다산신도시가 동시 개발되고 있어서 GTX-B 탑승인원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는 있다"며 "하지만 수도권에 과천 지식정보타운, 위례신도시, 하남 감일 등 택지가 많고 고양시 창릉, 덕양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GTX-B노선이 지나는 지역들이 상대적으로 (부동산시장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