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부모자식간 만남조차 머릿수를 세어야 하는 세상이 됐다. 7만여명이 코로나19로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 대다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경제생태계 급변으로 정부 돈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방역동참은 코로나 위기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이르면 2월부터 시작하는 백신접종은 새로운 희망을 갖게한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은 코로나19가 지난 1년간 한국사회에 가져온 변화상을 짚어보고 향후 도래할 '포스트코로나'시대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국내 산업계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코로나19 상황 초기만 해도 산업계의 패닉상황은 업종을 불문하고 비슷했다. 공장 가동이 어려워진데다 부품 공급을 받는 것도 어려워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업종간 코로나19와 맞닥드린 상황이 달라졌다. 자동차, 철강, 항공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자 업계는 호황기를 보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2020.12.03 peoplekim@newspim.com |
◆자동차, 항공 등 코로나 직격탄 맞아...철강 등 후방산업도 몸살
지난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대표 완성차이자 글로벌 톱메이커인 현대차의 판매량은 600만대 선으로 내려앉는 타격을 입었다. 내수 판매는 160만대로 전년보다 성장했지만 해외 판매가 16.6% 감소하면서 전체 판매량이 줄었다.
지난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의 국내외 판매량은 전년보다 12.4% 줄었다. 현대·기아차 판매량도 전년 대비 11.8% 감소했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코로나19 여파가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서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올해 전세계 자동차 수요 전망치(7910만대)가 지난해보다 9% 증가하겠지만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방산업인 자동차가 위축되서 국내 철강업계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장기불황에서 서서히 탈출하는 조선업계가 선전하며 뒷심을 발휘했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경영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주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큰 폭으로 뛴 것도 철강업계 부진의 원인이 됐다.
철강업계 맡형인 포스코는 지난해 2분기 별도 기준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전년 대비 39%가량 줄어든 영업이익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2분기 영업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긴 했으나 연간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할 전망이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텅빈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모습. 2020.12.29 pangbin@newspim.com |
국내 항공사들에게도 지난해는 특히 어려운 시기였다. 대형 항공사들은 화물 사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적자는 면했지만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는 바람에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타격이 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1% 감소한 994억원이다. 2016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실적이 감소하긴 했으나 지난해 코로나19 타격을 심하게 받으면서 10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이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여객 매출 비중이 높은 LCC는 생존을 위해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을 운송하는 방안을 선택했지만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적자규모가 더 커졌다. 제주항공은 약 2900억원, 진에어 1800억원, 티웨이항공 14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업계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지면서 휘발유와 항공유 수요가 급감한 데다 공장 셧다운과 경기 위축으로 경유 수요 또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의 지난해 1~3분기 영업손실 합계는 4조8000억원 수준이다. 연말 유가 상승세가 나타났지만 이렇다할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4분기에는 소폭의 영업이익이 나면서 적자 규모를 다소 줄여주겠지만 4조원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도별 반도체 수출 추이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021.01.05 fedor01@newspim.com |
◆전자업계, 코로나 따른 언택트 특수로 호황...조선업계도 장기불황서 탈출 조짐
이와 달리 전자업계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오히려 실적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반도체와 가전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2019년 불황기를 겪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곤두박질쳐 지난해 기저효과를 본 부분도 있지만 언택트로 IT 수요가 급증, 반도체 수요가 함께 늘어 호실적을 나타낼 수 있었다. 메모리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했지만 IT 수요가 이를 상쇄시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반도체 시장 동향 및 2021년 전망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화웨이 제재 등 영향에도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대비 5.6% 증가한 99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267억달러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이 중 시스템반도체 수출은 303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연간 기준으로 철강·석유제품을 넘어서 5위 수출품목으로 올라섰다.
가전과 IT기기는 날개달린 듯 팔렸다. 상반기에는 생산, 유통 차질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집콕'하는 시간이 늘고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이 계속되면서 관련 생활가전과 TV 수요가 급증했고 모니터, 노트북 등 IT기기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36조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26.95% 증가했다. 펜트업 효과로 가전과 TV 수요가 크게 늘면서 생활가전사업부(CE) 영업이익은 3조원 중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겼다. 특히 생활가전은 두자릿수 성장세로 사상 첫 2조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3%가량 증가한 4조95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조선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선박물동량 증가 등의 일부 수혜를 봤다. 특히 한국 조선업계는 전세계 선박 수주에서 1위 자리를 되찾으며 장기불황에서 서서히 탈출하는 모습이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상반기만해도 중국에 크게 뒤쳐졌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컨테이너선에 대한 수주 물량을 쓸어 담으면서 결국 중국을 앞질렀다.
올해 전망은 어둡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선복량 대비 수주잔량이1980년대 이후 최저 수준(7%)을 기록한 데다 국제해사기구(IMO)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교체에 대한 수요로 올해 발주량이 더 늘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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