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해 잠잠했던 원자재(상품)시장이 올해 들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6일 자 블룸버그통신은 원자재 상품시장이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바닥을 겨우 벗어나던 지난해 9월 로이드 블랭크페인 전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가 투자를 권고한 이후 투자 자금이 꾸준하게 유입되었고, 이제는 모든 투자자의 상품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블랭크페인은 작년 9월 16일 CME그룹이 주관한 한 온라인 행사에서 "인플레이션 관점에서 나는 현재 저평가된 상품 부문에 투자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모두가 다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을 것이고 유가도 다시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 4개월간 상승 베팅 300억달러 유입...헤지펀드 베팅도 급증
캐나다 앨버타 캘거리 인근 유전 지대에서 작동하는 오일 펌프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이후 주요 원자재 상품 가격 상승 베팅으로 300억달러 넘게 급증하는 등 상품시장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상품시장에 투기 자금도 쏟아지고 있는데, 블룸버그상품지수를 구성하는 23개 상품 중 20개에 대해 헤지펀드들은 1200억달러 가까이를 가격 상승에 베팅해 2011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블랭크페인에 이어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오스프레 매니지먼트 등도 잇따라 상품시장 강세장을 점쳤는데, 이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1조9000억달러 경기 부양책이 시행되고 코로나 백신이 전 세계에 보급되면 상품시장이 강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판단했다.
JP모간체이스 역시 마찬가지로 고객들에게 채권 투자는 축소하고 상품에 대한 익스포저를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상품시장은 중국이 구리에서부터 면화까지 다양한 상품 재고를 축적하고 흉작 및 수출 금지 등이 맞물려 강세장에 나타나던 2000년대 중반 수준까지 오르진 못했지만, 전반적 상승 흐름은 비슷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농산물 시장은 작년 9월 이후 현재까지 30% 넘게 올랐고, 특히 옥수수는 최근 7년래 고점을 찍었다. 대두와 소맥 가격도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다.
◆ 갑자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원자재 시장...달러 약세도 한몫
헤지포인트 글로벌 마켓츠 최고 상업책임자인 헤버 카도소는 "갑자기 전 세계가 상품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면서 "금리가 제로 부근인 상황에서 수익률을 찾을 막대한 달러 자금이 대기하고 있는데, 상품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 구조적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산 곡물을 사들이고 있으며, 세계 최대 소맥 수출국인 러시아는 수출세를 두 배로 인상했다. 또 위기 상태였던 원당 시장도 2017년 이후 최고치까지 가격이 뛰었다.
BofA 글로벌 상품리서치 대표인 프란시스코 블랑시는 구리 가격이 공급 차질로 인해 20% 넘게 뛰어 톤당 1만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 직격타를 입은 원유 시장 역시 백신 보급 및 사우디의 향후 2개월 감산 결정 등으로 상승 지지를 받을 전망인데, 투기세력들의 브렌트유 상승 베팅은 11개월래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달러 약세 전망도 상품시장 강세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브라운스빌 소속 톰 필론은 "달러가 장기적으로 상당히 약할 것이란 관점이 있고, 추가 부양책이 나오는 상황에서 연준은 인플레 억제에 심혈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